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산업계 역할도 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은 마스크 대란, 백신 부족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협력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긍정평가) 근간인 '코로나19 대처'라는 점에서 사실상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현 정부가 적폐청산과 소득주도성장 등을 앞세우며 친노조, 반기업 정서로 팽배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아이러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하기 시작한 초기다.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가 거센 가운데 문 대통령은 “입국 금지는 불가능하고 실익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확진자는 급증했고 마스크 대란도 벌어졌다.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사재기에 가격이 폭등하는 일까지 있었다. 한 번 쓴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라던 정부도 입장을 바꿨다. 재사용은 물론이고 면마스크를 세탁해 사용하라고 말을 바꿨다.
삼성전자가 긴급 지원에 나섰다.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제조전문가를 파견해 제조기술을 전수, 공정 효율화로 하루 생산량을 2.5배 끌어 올렸다. 계열사 해외 지사와 법인을 활용해 캐나다와 콜롬비아, 중국, 홍콩 등에서 확보한 마스크 33만장은 당시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에 기부했다. 대구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봉쇄'까지 언급했던 곳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코로나19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백신 확보에 소홀했던 정부 실책때도 대기업이 역할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동행한 삼성·현대차·SK·LG 경영진은 미국에 44조원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전자는 그 중 20조원을 투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등 경영진을 자리에서 일으켜세워 '감사하다'는 말을 세 번이나 거듭했다.
당시 정부는 백신 부족 타개를 위해 미국과 '백신스와프'를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백신스와프는 실패했으나, 우리나라는 미국 주요 제약회사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글로벌 백신허브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우리 산업계의 세계적 백신 위탁생산(CMO) 기술을 활용한 조치였다. 청와대도 이같은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현대차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기반인 광주·호남지역에 광주형 일자리 등을 통해 지역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문 대통령 공약으로,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생산된 경형 SUV 차량 '캐스퍼'를 구입했다.
산업계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등 우리 산업계는 창업주의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게 이바지한다) 정신으로 국가 위기 속에서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정 정권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