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반도체 기판 시장에 처음 진출한다. 1조원을 투입해 경북 구미시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이르면 2023년부터 양산한다.
LG이노텍은 FC-BGA 기판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해 8000억~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최종 승인만 앞두고 있다. 그룹사와 고객사 간 주문처리량(캐파) 협의를 거쳐 투자금을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 LG이노텍은 그룹 최종 승인 후 올해 안에 이사회를 열고 투자 규모를 확정한다. 생산 설비와 장비 발주는 내년 초에 시작된다.
생산 공장 위치는 LG이노텍 기판 소재 사업부가 위치한 구미 사업장이 유력하다.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동시에 기존 생산시설도 FC-BGA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LG전자 구미 A3 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이 기판 사업에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FC-BGA라는 단일 기판에 집중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는 통신용 반도체 기판(RF-SiP), 테이프서브스트레이트, 포토마스크 등 3개 품목에 집중해 왔다. 이들 3개 품목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전기차·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시장에서 FC-BGA 수요가 급증한 것이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FC-BGA 전담 조직도 신설한다. 연말 LG이노텍 조직 개편에서 현재 태스크포스(TF)인 FC-BGA 팀이 상설 조직으로 확대 개편된다. 고객사의 윤곽도 대략 잡혔다. 초대형 투자는 고객사 선주문과 투자 등을 동반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객사로는 인텔, 삼성전자 등이 거론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용어 설명>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주로 서버나 데이터센터 시스템에 사용되는 고부가 반도체 인쇄회로기판이다. 최근 수요 급증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한정돼 올해 들어 단가가 30%나 급등했다. 기술 진입 장벽도 높아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소수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