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5개사가 보유한 재고 총액이 9개월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화재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멈췄던 제조 공장 인프라가 다시 가동되면서 생산능력이 회복된 덕분이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감산까지 단행했던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숨통이 잠시나마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르네사스(일본), NXP(네덜란드), 인피니언(독일), ST마이크로(스위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등 5개사 재고 순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재고 총액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2020년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사의 분기별 '재고 자산'을 분석했다. 2020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사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재고 자산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시장에서 급증한 반도체 칩 수요를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초 한파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코로나19 동남아 확산 등으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파운드리 업계 경영방식도 차랑용 반도체 재고 확보를 어렵게 한 요인이다. 파운드리에서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제조에 중점을 두면서 단기간에 생산량을 확대가 어려웠다.
하지만 제자리걸음을 거듭하던 5개사 재고 자산은 올 3분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동기 대비 0.7% 상승하면서 9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5개사 가운데 4개 기업 재고 총액이 작년 규모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이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고 있는 조짐으로 해석하는 한편 자동차 생산량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했다.
닛케이는 재고 상승에도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완성차 제조사는 감산, 설계 변경 등으로 반도체 부족에 대응한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5개사가 보유한 차량용 반도체 재고로는 이 같은 수요를 100%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윌리엄 베츠 NX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닛케이에 “재고를 목표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분기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내년 봄쯤에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케스트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글로벌 완성차 생산 차질 규모를 총 1015만대로 예측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월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한국지엠·쌍용 휴업 영향 등에 따라 작년 동월 대비 21.6% 감소한 26만3723대를 기록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글로벌 완성차 톱3, 자동차 생산 추이
자료:Marklines, 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