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플랫폼 관련 입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에 막혀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온라인플랫폼 대기업 독주 견제를 위한 법률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 정보통신기술(ICT) 소관 상임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률 '디지털시장법안(DMA)'을 수정 의결했다.
유럽의회 시장·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찬성 42표, 반대 2표, 기권 1표 등 압도적 찬성률로 DMA를 통과시켰다. IMCO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유럽연합(EU) ICT 주무부처 정보통신총국을 소관하는 상임위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유사하다.
DMA는 온라인플랫폼 대기업 불공정행위·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사전규제 강화를 담고 있다. 플랫폼 간 개인정보 결합 금지 등 게이트키퍼 기본의무와 투명성 강화, 데이터 접근 허용, 자사 서비스 우대 금지, 플랫폼 입점사업자 자율 인정 등이 포함된다.
DMA 집행권한을 EU 집행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서비스 해지 방해 금지를 명시했다. 규제 업종에 e커머스·포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동영상서비스뿐 아니라 웹브라우저·가상비서를 추가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서비스 발전에 따른 신산업까지 빠짐없이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규제 대상은 유럽경제지역(EEA) 내 3년간 80억유로 이상 연매출을 기록했거나 1년간 기업 평균 시가총액 또는 공정시장가액이 800억유로 이상으로 3개 이상 EU 회원국에서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구글·애플·메타(옛 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에어비앤비·부킹닷컴 등 7개 사업자가 DMA 적용 대상으로 추정된다.
또 법 준수 유도를 위해 과징금 부과기준율을 직전 연도 세계 매출액 4~20%로 초안 대비 상향 조정했다.
DMA는 12월 중 유럽의회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중 각료 이사회와 협상 안건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온라인플랫폼 법제화가 지지부진하다. 청와대 주도로 정부 거버넌스와 법률 등 역할 구분을 구체화하고 규제 대상을 최소화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정·청은 이달 초 협의를 통해 그동안 이중규제·중복규제로 지목돼온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방송통신위원회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간 역할 구분과 조정을 통해 부처 전문성에 맞게 전담 업무와 법제를 이원화했다. 〈본지 11월 19일자 3면 참조〉
규제 대상도 플랫폼 서비스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또는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콘텐츠 등 총 판매금액 1조원 이상 사업자 중 이용자 수·서비스 특성 등을 고려, 최소화하기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달 정기국회 마지막 법안소위에서 두 법률은 일제히 보류됐다. 사업자 이견 존재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고 입법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정부 주도 입법뿐만 아니라 온라인플랫폼 관련 의원 입법도 모두 법안소위에서 계류되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온라인플랫폼 대기업 투명성 강화는 물론 서비스 발전에 기여한 이용자와 협력사에 혜택과 수익을 공유하는 쪽으로 서둘러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유럽연합(EU) '디지털시장법안(DMA)' 주요 내용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