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예능맛 교양, 교양맛 예능

최근 방송 콘텐츠는 성숙해진 대중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완성도에서는 물론 여러 장르 성향을 망라하는 모습이다. 드라마와 예능, 시트콤, 영화 등 인기유무를 불문하고 콘텐츠 장르포괄이 갈수록 강조되는 가운데 교양 장르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딱딱한 기존 교양 느낌에서 소소한 웃음포인트는 물론 단편적인 분석을 넘는 다면적 해석을 공유하는 기회로써 교양이 변모하고 있다. 엔터테인&에서는 교양과 예능의 경계에 서 있는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교양콘텐츠 변주가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따뜻한 교양을 입은 유쾌예능'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최근 예능과 교양 간극을 오가는 프로그램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JTBC '차이나는 클라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유 퀴즈 온더 블럭 포스터. (사진=tvN 제공)
유 퀴즈 온더 블럭 포스터. (사진=tvN 제공)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2018년 8월 첫 방송된 예능으로 '큰 자기 유재석과 아기자기 조세호의 자기들 마음대로 떠나는 사람 여행'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매주 일정 카테고리와 관계된 사람을 만나며 토크와 퀴즈 등을 나누는 형태로 전개된다.

프로그램은 진행자 재치와 퀴즈 구성, 토크 포맷 등 구조나 포인트 면에서 예능 장르로 구분되지만 같은 tvN 내 △월 1회 랜선을 통한 글로벌 지식인과의 토크 '월간 커넥트(매달 첫째 주 토요일 오전 9시 방송)' △젊은 혁신가의 인생 속 결정적 순간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그때 나는 내가 되기로 했다(매달 둘째 주 토요일 오전 9시 방송)' 등 월간 프로그램과 비교할 수 있을만큼 교양적 성격이 짙다.

사진=tvN 제공
사진=tvN 제공

대상이나 카테고리 면에서 학계나 산업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일가를 이룬 인물이 토크와 함께 각자 식견을 공유하며, 삶의 지혜를 주는 교양프로 핵심과 동일하다. 일례로 '유 퀴즈 온더 블록' 99회차로 방영된 방탄소년단 특집은 그룹 멤버의 재기발랄함을 비추는 예능형 진행과 함께 아티스트로서 역사 속에서 인간적 노력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교양프로의 색깔이 짙었다.

사진=tvN 제공
사진=tvN 제공

벨기에 전통와플의 패트릭 반 울핏 사장, 2대째 한국 전통 명란의 장종수 장인, 3대째 즉석떡볶이 장인 김선자·박은순 모녀, 4대째 대장간 가업을 잇고 있는 전만배, 전종렬 부자 등 가업을 잇고 있는 '상속자들' 편 등 최근 방영분에서는 연예인이나 유명세 여부에 무관한 대상 선정과 함께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예능감과 함께 잔잔히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교양포맷이 지향하는 지혜, 공감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쾌함을 더한 오픈클래스 교양의 정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차이나는 클라스'는 2017년 3월 5일 첫 방송된 JTBC의 대표 교양프로다. 프로그램은 2016년 '차이나는 도올' 포맷을 바탕으로 강연자 범위를 광범위하게 늘리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괄하는 다양한 지혜를 각계각층 시선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교양프로 본연의 멋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다만 강의형 교양프로와 다소 전개방식이 다르다.

단적으로 tvN 시즌제 교양 '벌거벗은 세계사'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벌거벗은 세계사'는 동서양 분야별 역사 석학이 셀럽패널 3인의 다소 수동적인 참여와 함께 질문과 해설을 전개되는 전형적인 강의형 교양이다. 반면에 차이나는 클라스는 현재도 함께 하는 오상진, 남보라, 이용주, 최서윤(영화감독), 김하은(아나운서), 김민경 등은 물론 이전 시즌의 덕원(브로콜리 너마저), 지숙, 강지영(아나운서), 홍진경 등까지 다양한 셀럽패널이 펼치는 오픈클래스 느낌의 질문 세례는 물론 초청게스트와 함께 강연 중간마다 펼쳐지는 은근한 입담이 토크형 예능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사진=JTBC 제공
사진=JTBC 제공

최근 '인생수업'이라는 부제와 함께 전개 중인 신규 시즌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학술적 측면이 강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유현준·정재승·장하준 등 석학과 함께하는 회차는 물론 리아킴, 정서경, 에릭오 등 분야별 최정상 인물을 연사로 한 회차까지 전개과정 자체가 오픈클래스 수업 형태를 띠며 수위가 낮은 토크형 예능 향기를 느끼게 한다.

◇예능-교양의 아슬한 경계…MBC '선을 넘는 녀석들' 시리즈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MBC '선을 넘는 녀석들'은 2018년 3월 첫 방송과 함께 시즌 전환을 거듭하며 4년 가까이 방영되고 있는 역사예능이다. 김구라와 이시영 등 MC와 함께 세계 곳곳 경계를 둘러보는 형태로 6개월 정도 진행됐던 시즌1(세계편)과 함께 한반도편을 시작으로 방송인 전현무와 유병재, 가수 김종민 등 3MC 체제를 굳히며 전개됐다. 프로그램은 한국의 고·중세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범위 내에서 포인트 단위로 접근했다.

사진=MBC 제공
사진=MBC 제공

역사탐방이라는 핵심 콘셉트와 함께 MC 3인방과 교수, 관련 학자 등이 함께 거닐며 유퀴즈와 같은 역사토크는 물론 그에 얽힌 상황 이해와 공감을 펼침으로써 예능적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선을 넘는 녀석들의 핵심 매력이다.

한 주제를 놓고 여행을 하며 이야기를 펼치는 tvN '알쓸신잡'이나 분야별 전문가 시선으로 역사를 조망하는 국방TV '역전다방' 등 다소 마니아틱하고 전문적인 분위기로만 치우칠 수 있는 교양형 예능과는 달리 확실한 예능감이 돋보인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페이스북 발췌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페이스북 발췌

다만 핵심 요소는 '역사적 지식'을 찾기 위한 '역사탐방'이라는 점과 함께 역사적 지역이나 주요 유적을 둘러보는 탐방 형태를 바탕으로 기본 역사 지식은 물론 관련 야사와 음식, 물품 등 역사 이면의 다양한 지식요소들을 공유함으로써 교양적 성격이 강조됨은 분명하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지난해 9월 시즌제 돌입과 함께 올해 10월 정규편성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장성규, 장도연, 장항준(정규시즌 하차), 장현성(정규시즌 합류) 등 소위 '장트리오'라 불리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각자 게스트들을 앞에 두고 시대를 대표하는 강력사건들의 비하인드를 함께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사진=SBS 제공
사진=SBS 제공

프로그램 자체가 지닌 무게감이나 고증, 조사 등에 있어서는 30년 가까이 이어진 대표 교양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일방향 형태가 지배적인 교양프로그램과 달리 내용을 접하는 대중을 상징하는 게스트와 토크릴레이나 은근한 예능 요소 등을 통해 몰입감을 높이는 점은 MBC '서프라이즈'와 같은 예능감을 지니고 있다.

앞서 살펴본 교양과 예능의 사이에 놓인 중간 성격 프로그램은 지상파, 종편, 케이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위 딱딱하고 단편적이라는 교양과 유쾌함만을 강조한 예능의 만남은 다양한 장르요소들을 망라하는 최근의 콘텐츠 트렌드에 발맞춘 결과물일 수 있다.

사진=SBS 공식 페이스북 발췌
사진=SBS 공식 페이스북 발췌

또 한 측면으로는 대중의 지적 수준 향상에 따른 교양 영역 대중화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일상에 골몰해 지친 대중에게 활력소가 될 만한 오락성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못지않게 다방면에 걸친 '지적 호기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다 부드러운 예능식 언어로 학술 영역으로까지 치부되던 교양프로를 표현하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예능과 교양의 만남은 여러 장르의 콘텐츠 발전과 함께 더 많은 프로그램이 선을 보일 것이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