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부품 1조원 클럽 '희망가'

전자 부품업계에서 매출 '1조원 클럽' 기업이 속출한 것은 16년 전이다. 1995년에 삼성전기가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2004년 당시 삼성코닝정밀유리가 9년 만에 1조원 클럽에 추가 가입했다. 2005년 이후 희성전자, LG마이크론, LG이노텍 등 부품업계가 줄줄이 1조원 클럽 대열에 합류했다. 전자부품만으로 매출 1조원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차 높아졌다.

왜 부품업계가 '매출 1조원'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까.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규모의 경제가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다.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국내 기업 200위 안에 든다. 기업 신뢰도가 높아지고 영업과 마케팅도 수월해진다. 기업 대출이나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파트너사를 상대할 때 더 높은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많은 기업이 1조원을 잣대로 사업 목표를 밝히는 이유다.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면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다.

아쉽게도 올해 중견 부품업체 몇 곳이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20여일 남았지만 1조원 목표를 이루지 못할 공산이 크다. 대기업을 제외하고 부품업계에서 1조원을 넘긴 기업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한두 개 기업의 탈락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 반면 일부 1조원에 새로 가입하는 기업도 있다.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업체가 새로운 1조원 클럽 멤버로 예약했다.

[ET톡]부품 1조원 클럽 '희망가'

희비를 가른 건 코로나19다. 국내 전자 부품업계는 대부분 일부 대형 고객사에 매출이 집중된 사업 구조로 되어 있다. 출하량이 많은 스마트폰 부품사의 덩치가 가장 크다. 부품업계에선 “고객사가 헛기침을 한번 하면 부품업계는 감기에 걸린다”고 표현한다. 소비가 위축되고 부품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했다. 스마트폰 부품업계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비단 부품업계 이야기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 기업 대다수의 매출이 감소했다. 국내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회사는 2016년 184개사, 2017년 187개사, 2018년 199개사, 2019년 209개사 등 매해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역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부품 수급난 완화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일제히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높여 잡았다. 삼성과 애플 스마트폰이 많이 판매될수록 국내 부품업계의 실적도 올라갈 수 있다. 부품업계는 신중하면서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낙관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초호황을 누리는 PCB 업계의 훈풍이 카메라 모듈 등 다른 부품에도 옮겨 가길 바라는 희망이 반영됐다. 새해에는 국내 전자부품 기업이 '1조원 클럽'에 대거 입성, 신기록을 작성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