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1=0' 한국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오른쪽 상단에 있는 문구다. 364일 전력계통을 원활히 관리하다가도 단 하루라도 실수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우리나라의 모든 중앙급전 발전기를 제어하고 송전망도 운영하는 '전력 컨트롤타워'다. 한 번의 오차가 우리나라 산업·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 채영진 전력거래소 대외협력실장은 “전기가 '피'라면 전력거래소는 가장 중요한 '뇌' 역할을 한다”면서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8일 기자가 방문한 전남 나주시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관제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대한민국 전력계통도'를 중심으로 전력수급 현황과 운영대책, 양수발전 현황, 신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등 약 17개 화면으로 분할돼 실시간으로 상황을 표출했다.
대형 전광판 같은 화면 앞에는 총 7개 책상이 있는데 관제사들이 한 명씩 자리 잡고 전력수급 현황을 점검했다. 관제사 책상에 설치된 모니터도 약 7개로, 화면 개수만으로도 이들이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들 인적 자원과 함께 대규모 정보기술(IT) 시스템인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활용해 전력공급 책무를 수행한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수급운영팀장은 “전력거래소에서 관리하는 중앙급전발전기는 416대, 비중앙급전발전기는 9만6395대이고 이외에도 한국전력에서 거래하는 신재생에너지나 자가발전 등도 있다”면서 “대형 화면인 '월 보드' 외에도 관제사 책상마다 있는 모니터에서 발전소별 현황까지 세부 정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시장·전력망을 운영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중 발전설비·송전계획 수립도 지원한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 당시 한국전력공사에서 독립했다. 현 인원 512명으로 대부분이 고도로 숙련된 전력 계통과 전력 시장 전문가다. 우리나라 전력계통이 원활하게 운영돼 일정 품질 전기를 끊임없이 공급해야 하는 책무를 맡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과 겨울철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전력수급 비상 대응훈련'을 연간 적어도 6차례 실시한다. 지난 8일 오후 전력거래소 본사 전력수급대책상황실에서도 겨울철 전력 피크에 대비한 모의 비상훈련이 열렸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 사무관, 전력거래소 운영본부장, 중앙전력관제센터장과 함께 한국에너지공단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발전기 고장과 정비 지연으로 전력 공급이 감소하면서 한파로 전력 수요는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전력수급비상단계에 돌입하기 위해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산업부에 보고되는 과정, 유관기관 전파,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상황판단회의 등 과정에서는 긴장감마저 흘렀다. 올해 겨울철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예년보다 7GW나 많은 상황이지만 모의훈련으로 위기 대응체계를 상시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2050 탄소중립'을 수행하기 위한 전력계통과 전력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전력계통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예상치 못한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는 태양광은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전력시장 외 한전 전력구매계약(PPA), 자가발전 물량이 상당해 실시간으로 발전량을 집계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데이터 샘플링과 재생에너지 예측 제도로 (전력시장 외 태양광 물량은) 추계를 해 대응하겠다”면서 “샘플 범위가 넓으면 추계할 때 정확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