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방역 '빨간불', 잠시 멈춤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이번 주 점심시간, 식당 앞줄이 유난히 길다. 방역패스 오류로 입구를 통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가정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교가 코로나19 화약고가 됐다. 지난 13일에는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포화상태”라면서 “일선 의료·방역 인력이 한계로 몰리고 있다”며 비상조치 시행을 요구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연말이다. 방역 당국은 상황을 보고 영업시간·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근 방역 상황에 대해 “밤잠을 못 자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정부 대책이나 조치가 우물쭈물하거나 미진하거나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소년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 백신 접종을 늘리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부겸 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낡은 방패를 빨리 새로운 방패로 바꾸는 것(부스터 샷) △미접종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방역 패스) △청소년에게도 방패를 들게 하는 것(청소년 백신 접종)을 이번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부가 방패론을 강화하는 사이 병상이 없어서 구급차를 타고 헤매던 중환자가,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많은데도 방역 당국이 한가한 논의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정부가 일상회복 단계를 뒤로 물리는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피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 회복을 철회했다는 정치적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김 총리는 “코로나19 전선에서는 바이러스와 우리 국민이 한데 엉켜 있다”면서 “시원하게 코로나19를 잡자고 우리 국민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며 셧다운에 반대했다. 셧다운이 적(코로나19)과 아군(국민)을 모두 희생시키는 '융단폭격'이라고 비유했다.

방법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로 복귀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집합 금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받아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과 소기업은 정부로부터 손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정치력을 발휘하든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든 1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 추경'을 통과시켜 소상공인의 불안과 불만을 달래야 한다.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데 정답을 두고도 실행하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