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자 김 모씨는 100일 동안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에 7억원을 사용했다. 뽑기 확률과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확률형 아이템을 확정해서 획득할 수 있는 '천장' 기준 금액을 게임에서 공지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콘텐츠 특성상 뽑기를 계속했다. 김씨는 허탈함에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 확률형아이템 논의는 확률 공개 자체에 집중돼 있다. 게임법 전부 개정안이나 자율규제도 유·무료 아이템 확률 공개에 초점이 맞춰졌다. 게임산업을 끌고 갈 원동력이 확률형 아이템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개 유무만 다툴 것이 아니라 사행성을 최소화해서 생태계를 조성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딘 성장 방식은 같은 등급카드 4장을 합성해서 상위 등급을 얻는 구조다. 일반, 고급, 희귀, 영웅, 전설, 신화 등 등급으로 세분된다. 신화 등급을 위해서는 전설 등급 4장이 필요하다. 전설 등급이 뽑기에서 등장할 확률은 0.01004%다. 전설 확률이 낮아서 보통 영웅 등급부터 합성해 올라간다. 영웅 등급 뽑기 확률은 0.158720%다. 오딘은 일정 금액을 사용하면 영웅 등급을 획득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금액은 약 300만원이다. 1200만원을 사용하면 전설 합성에 도전할 수 있다. 영웅→전설 구간 실패 확률이 없다고 가정하면 신화 도전에 4800만원이 필요하다.
신화 합성 확률은 14%다. 10번 실패하면 확정적으로 신화 등급 탈 것을 제공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4억8000만원이다. 합성 작업 동안 기존에 남겨진 영웅·전설과 뽑기로 영웅·전설이 등장할 확률이 있어 실제 사용금액은 더 적지만 뽑기가 탈 것에만 있지는 않다. 아바타 뽑기도 같다.
일본에서 사행성 때문에 금지한 '컴플리트 가챠'다. 컴플리트 가챠는 뽑기에서 나오는 여러 아이템을 모아 또 다른 아이템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차이가 있다면 오딘은 재료 아이템 각각이 가치가 있다는 점뿐이다. 이용자는 아이템 수집에 들어간 돈을 매몰비용으로 포기하거나 필요한 것을 얻을 때까지 돈을 들여서 뽑기를 계속해야 한다.
현행 자율규제는 유·무료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만 표기를 권고한다. 이를 모아 다시 확률형 아이템을 만드는 시스템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용자를 보호하려면 계속 구매하는 콘텐츠 구조의 변경과 책임게임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책임게임제는 사행산업이 도입한 제도다. 이용자 본인이 한도,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반론도 비등하다. 일부 폐해가 있지만 시장경제에서 기업 수익모델(BM)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을 두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본적으로는 수용 의견이 있지만 원천 금지는 업체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성인이 자기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씨는 15일 “생각 없이 돈을 쓴 건 분명 잘못”이라면서도 “대한민국 대형 게임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가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