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로봇 산업이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돼 작업역량을 향상시켜 초고령화 시대 인력난을 해결하고, 인류를 노동에서 해방시킬 전망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지난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로봇 미래예측 2030 석학 대담회'에 참석한 국내외 학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으로 로봇산업 미래를 예측했다.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교수(미래전략센터장)는 '로봇과 완전실업 시대'를 주제로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완전한 실업 사회가 도래해, 인류가 '유희하는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대담 참석자들은 노동생산성이 개선돼 오히려 양질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로봇분야 연구개발(R&D)에 지속 투자해 로봇산업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담 참석자(가나다순)
△곽수종 리엔경제연구소장
△김동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미래전략센터 수석
△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교수(미래전략센터장)
△한재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짐 데이토(미국 하와이대 교수)=인공지능(AI)과 로봇이 지금처럼 발전을 지속한다면 조만간 완전한 실업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호모 루덴스' 즉 '유희하는 인간'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문제는 미래 변화를 맹목적이고 잔인하며 폭력적으로 맞이할 것인지, 선견지명을 가지고 공평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있다. 완전실업 시대를 예상하고 설계·구축하는 것이 실업율 증가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인간 노동없이 생산된 모든 재화와 용역을 누구나 자유롭고 공평하고 쉽게 사용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의미있는 활동을 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완전실업 시대로 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인간 노동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반드시 공평하게 분배돼야 한다. 동시에 소수의 인력과 다수 AI가 수행한 노동 결과물을 나머지 모두 자유롭고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 없는 풍요로운 세상으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교육 체계를 완전히 재설정해야 한다. 노동을 원하도록 교육하는 대신 평화롭게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북돋워야 한다. AI는 인간이 변화라고 하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서핑을 즐기는데 필요한 지혜, 근면함, 예지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

◇사회(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그동안 자동차, 핸드폰 등 제조업 역사를 보면 발명가의 생각을 엔지니어가 현실화했다. 로봇산업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있는 발명가가 필요하다.
◇곽수종(리엔경제연구소장)=한국은 퍼스트 무버, 패스트 팔로워 중 어느 길을 갈지 빨리 선택해야한다. 전기차, 로보틱스 등 수많은 산업 분야 경쟁이 아직 초기 단계다. 자율주행도 시스템 반도체, 빅데이터 센서능력이 고르게 발전해야 한다. 2030년 로봇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워 차원에서는 인수합병(M&A), 퍼스트 무버 차원에서는 연구개발(R&D)로 접근을 이원화해야한다.
인간이 로봇과 다른 점은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높은 확률로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데, 인간은 감정에 의한 판단도 한다. 로봇산업은 미중이 패권경쟁을 할 것이다. 미국은 민간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중국은 중앙정부가 다 가져간다. 양국 시장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인구·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은 데이터 기반 분석·예측은 미중을 따라갈 수 없다. 한국은 맥락을 읽고 인간과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승부해야 한다. R&D에 투자해 산업을 선도하던가 빠르게 쫓기 위한 과감한 M&A도 필요하다.

◇사회=2020년대 들어서면서 서비스용 로봇이 제조용을 앞지르고 있다. 자율주행, 유통·물류 등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관련 로봇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재권(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지능형 로봇이 인간 삶에 개입하게 된다면, 인간 삶은 로봇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기술 안정성이 높아지고 생산단가가 하락하고 있는 2020년대 초반인 현재가 그 변화를 선도할지 여부를 판가름할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 여러 주들이 자율주행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고 유럽 의회에서는 2017년부터 지능형 로봇 법적 지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인간끼리 삶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 체계는 로봇이 만들어낼 수많은 모순적인 법적인 상황을 담아낼 수 없다. 자율주행 로봇이 어디로 다녀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 답을 잘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제 로봇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구체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사회=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는데, 현 시대에 사람·사물은 데이터를 남긴다. 데이터는 AI 딥러닝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김동현(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미래전략센터 수석)=AI 기술적 성능과 가성비는 더 향상될 것이다.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프로세싱유닛(TPU) 등 소프트웨어(SW) 기술 발전에 따라 AI 학습모델 연산처리 능력이 매년 10배씩 성장하고 있다. AI 모델링 개선을 위한 필수 재료인 데이터 양도 기하급수적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더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 방식이 등장해 AI 학습비용은 연간 10분의 1로 감소했다.
보다 저렴해진 AI는 로봇 등 신기술과 융합해 더 넓은 산업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현재 의료, 생명과학, 유통, 소비재, 국방 등 분야에서 AI 도입이 활발하다. 그러나 기술이 범용화됨에 따라 AI 도입 자체 이점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AI를 효과적으로 도입하여 임팩트를 많이 창출했는지에 따라 경쟁력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사회=주어진 환경을 로봇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문턱을 없애 로봇청소기. 배달로봇 등이 사람과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이명호(미래학회 부회장)=2030년 미래사회에서 로봇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로봇 기능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다. 디지털이 만든 사회 지형 위에서 작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들고 이동하는 사람의 일들을 로봇이 대체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산업단지, 상업단지라는 공간적 종속에서 벗어나,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며 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2~3일만 출근해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직장에서 먼 자연 경관이 좋고 휴양지 같은 곳에서 살고, 장거리 이동은 자율주행차로 하게될 것이다. 택배도 로봇이 하고, 각종 서비스도 집에서 또는 마을에서 로봇에게 받게 될 것이다. 수도권 유입 장점은 사라질 것이다. 혼잡하고 번잡한 집값 비싼 도시 대신 좋은 경관의 지방, 지역이 주목받을 시대가 올 것이다.

◇사회=로봇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과업도 안전하고 쉽고 친환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 노동생산성을 높인다.
◇허재준(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많은 제조현장에 로봇이 도입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왔다. 서비스현장에도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회가 로봇없이 사람에게만 의존해 제품을 만들었다면 생산성이 떨어져 생존할 수 있었을지 되돌아봐야 한다. 무인식당, 무인카페, 무인편의점이 등장하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못해 그 산업에서 일자리가 없어진다고만 볼 수 없다. 최근 프렌차이즈 치킨집 점주 60%가 2030세대인데, 이들이 무인매장 경험을 쌓아 경쟁력 쌓으면 이들은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나아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2030년 로봇으로 생산성은 높아지고 노동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다만 사회가 급변하면 적응하지 못하는자도 있다. 변화가 두렵고, 미래에 대한 불활실성이 생기는 것이다. 로봇 자체가 아니라 로봇을 도입했음에도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마부가 운전사가 되는 것은 용이했지만, 용접공이 앱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부과 기업은 2030년 로봇시대가 도래해 직무변화를 겪게될 노동자를 대상으로 기술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만 한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