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디지털 금융 '메기'의 나비효과

[ET톡]디지털 금융 '메기'의 나비효과

“캐롯손해보험이 최근 대형 4개사가 독식하는 사이버마케팅(CM) 채널에서 단기간에 큰 성장을 이뤘습니다. 특히 자동차보험 단일 상품으로 성과를 냈다는 것에 대형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캐롯손보 성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9년 말 출범한 캐롯손보는 올해 3분기 CM 채널에서 점유율 약 3%를 기록했다. CM 채널 기준 업계 5위다. 3개월 만에 1%포인트(P) 가까이 점유율도 끌어올렸다.

CM 채널은 대형사 전유물이었다. 캐롯손보가 출범하기 전인 2019년 3분기 CM채널 5위인 롯데손보의 점유율은 1.3% 수준이었다. 대부분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 독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수치가 작을 수 있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보험시장은 혁신이 더딘 보수적인 시장이다. 그럼에도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보험이 소비자에게 소구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주행거리 대비 과도한 보험료에 대한 불만을 정보기술(IT)로 해소했다. 탄 만큼 보험료를 낸다는 콘셉트로 2년 만에 4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성과는 디지털 보험사 니즈가 있다는 점과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보험사 출현도 예고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활용이 소비자에게 이점만 준다면 전통 금융사와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새해 출범 예정인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가 새로운 '메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실보다 득이 많다. 디지털 보험사의 출현 이면에는 좀 더 쉽고, 차별화된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기업 또한 레드오션이 된 전통 보험시장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캐롯손보 혁신 사례가 혁신 금융사를 위한 실마리가 되길 기대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