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도체 IP' 가격 급등…'첨단공정'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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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나노 이하 단일 IP가 80억 넘어
전체 공정 도입에 수백억대 필요
팹리스, 자금 '부담'...대책 시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나노 공정별 반도체 집적회로(IC) 설계 비용

해외 반도체 설계자산(IP)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반도체 집적도를 높여 주는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선 단일 IP 가격이 80억원을 넘는 사례도 나왔다. 여러 IP를 활용해 반도체를 설계할 수밖에 없는 팹리스 기업은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첨단 공정 설계를 포기해야 할 판국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10나노미터(㎚) 이하 공정에 쓰이는 초고속 연결 기술 '서데스'(SerDes) IP 가격은 500만~700만달러에 이른다. 80억원 안팎이다. 서데스는 반도체 내부 병렬 데이터를 직렬화해 빠르게 전송하는 기술로, 초고속 데이터 처리에 필요하다. USB IP는 100만~130만달러(15억원 안팎) 가격대로 형성됐다. 메인보드 인터페이스인 'PCIe'와 저장장치 연결규격인 'SATA' 등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는 주요 인터페이스 IP 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팹리스 관계자는 21일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나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하려면 관련 IP 가격을 합쳐 수백억원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28나노 공정 반도체 설계 전 주기 비용은 5130만달러(약 611억원)다. 5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개발할 경우 5억4220만달러(6461억원)로 약 10배 증가한다. 미세회로를 구현하려면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고 설계 난도가 높아져 비용이 급상승하는 구조다. 개발 비용 가운데 절반은 IP와 설계자동화(EDA) 툴 등 소프트웨어(SW)가 차지한다.

그럼에도 반도체 IP의 해외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 고가 IP는 대부분 ARM이나 시높시스 등 글로벌 IP 기업이 갖고 있다. 파운드리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해외 IP에 최적화한 공정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국내 팹리스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반도체 개발에 착수할 수 없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아니면 차세대 반도체 개발은 시도조차 어렵다.

해외 IP 라이선스 지원과 국내 우수 IP 발굴·공급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김휘원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장은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IP의 중요성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기 대응 전략뿐만 아니라 어려워도 장기 관점에서 IP 연구개발(R&D) 투자와 국내 우수 IP 개발을 위한 지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반도체 설계자산(IP)= 팹리스가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 기능을 회로로 구현한 범용 회로 블록. 반도체 팹리스는 IP업체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이 회로 블록을 받아서 제품 개발과 설계에 활용한다.

<나노 공정별 반도체 집적회로(IC) 설계 비용>

(자료=IBS, *첫 설계 시 투입되는 전 주기 비용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부터는 비용 하락)

해외 '반도체 IP' 가격 급등…'첨단공정' 속탄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