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한국판 '아마게르 바케'

이준희 기자
이준희 기자

오는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며,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마다 소각장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자체 쓰레기를 이르면 내년부터 받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며 직매립 금지가 4년 앞으로 다가왔음을 경고했다. 쓰레기 매립지나 소각장 모두 지역주민이 기피하는 '님비'(NIMBY) 시설로 꼽혀 직매립 기간을 연장하려는 서울시·경기도와 인천시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구조적 갈등 원인은 지난 2015년 인천시·경기도·서울시·환경부 간에 맺은 '4자 합의'가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 1~4월 대체매립지 1차 공모를 실시했지만 지원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다. 5월 응모 조건을 완화해 재공모를 실시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중앙정부가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수도권 매립지 잔여매립 부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4자 합의' 단서조항 때문에 지자체는 11~12월 2개월 동안 반입허용 초과 분량을 계속 직매립해야 한다.

강남구·노원구·마포구·양천구 등 네 곳에 광역소각장을 둔 서울시는 당장 소각용량을 확충해야 하는데 2년 가까이 추가 광역소각장 입지조차 찾지 못했다. 경기도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다. 당장 대체매립지나 광역소각장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4년 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은 현실이 된다. 급기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난달 소각장 신설을 반대하는 지자체 쓰레기를 이르면 내년부터 받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지자체의 반발로 일단 보류했다.

님비시설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공항처럼 지역 주민이 선호할 만한 '핌피'(PIMFY)시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지원과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악취부터 해결해야 한다. 침출수나 쓰레기차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원천 차단될 때까지 탈취기술 연구개발(R&D) 재정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소각장과 폐자원 에너지화 종합처리시설 등은 지하화하고, 상부에는 캠핑장·체육공원·공연장을 넘어선 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구축·운영사업에 참여토록 탄소배출권 거래, 여가사업 등 정책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도심에 위치한 소각장 겸 열병합발전소 '아마게르 바케'는 님비시설을 핌비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아마게르 바케는 매년 40만톤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전력과 열로 주민 60만명, 기업 6만8000곳에 전기와 난방을 공급한다. 스키어가 푸른 인조잔디에서 활강을 즐기고, 노을 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인공암벽 등반을 한다. 발상 전환을 통해 내 집 뒷마당의 기피시설 말고 앞마당에 두고 싶은 선호시설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고, 가족이 소풍을 다녀오기에 제격이어야 한다. 지하철 등 선호시설을 인근에 유치, 소각장이나 쓰레기매립지 찬성률을 높일 수도 있다. 파격 인센티브로 한국판 '아마게르 바케' 유치를 둘러싼 지자체의 과열경쟁이 벌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