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주요 납품 협력업체 대상으로 공급단가 조정에 나선 것은 매출 성장과 수익성 확보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인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급가격 조정도 판매 활성화와 매출 총이익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쿠팡의 3분기 영업손실은 45.7% 증가한 3억1511만달러(약 3716억원)다. 손실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87만달러(1175억원) 늘었다. 순손실은 3억2397만달러(3821억원)다.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매출원가율을 낮춰야 한다. 쿠팡이 납품업체에 통보한 조정안에 따라 공급단가 인하가 이뤄지면 매출원가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쿠팡 매출원가율은 83.2%로 같은 직매입 형태인 대형마트와 비교해 10%포인트(P) 이상 웃돈다. 상품매출 원가뿐만 아니라 배송 원가도 높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2018년 95.3%에 달한 매출원가율을 80%대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거래액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마련된 덕분이다. 2018년 5%에 불과하던 쿠팡 매출총이익률은 올해 16.2%까지 늘었다.
쿠팡은 시장점유율 확대와 판매 마진율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했다. 매입 단가를 낮추고 거래액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신규 물류센터 구축과 신사업 진출로 투자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가장 큰 손실 비중을 차지하는 직매입 사업인 로켓배송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매입 단가를 낮춰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쿠팡이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제조업체와 직접 협상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다만 잡음도 만만치 않다. 쿠팡의 최저가 매칭시스템에 따라 공급단가를 낮출 것을 요구받는 협력업체는 쿠팡을 대신해서 비용을 떠안는 형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단가 인하는 협력 업체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쿠팡은 공급단가 인하 문제로 LG생활건강과도 갈등을 빚었다. 쿠팡 로켓배송에 상품을 납품하던 LG생활건강은 과도한 공급단가 인하 요구 등을 이유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행정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일각에선 기업 거래인 직매입 사업 특성상 납품단가 조정은 일상적 상행위로, 일방적 인하 통보가 아니면 정상적인 거래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 협력사가 쿠팡이라는 온라인 판로를 통해 몸집을 빠르게 키운 만큼 그에 비례한 수익률 조정은 유통업체가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다. 실제 전국 소상공인 매출이 7% 하락한 것에 비해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올해 2분기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87% 성장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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