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시리즈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전통적 BMW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과 다른 전면 디자인은 어색했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그릴 디자인 변경으로 도로 위에서 뿜어내는 존재감은 한층 커졌다. 미래 지향적인 동시에 강인한 이미지를 나타낸다. 민첩한 움직임은 주행의 즐거움도 선사했다.
4시리즈는 BMW가 2013년부터 3시리즈를 기반으로 출시한 파생 모델이다. △쿠페 △그란 쿠페 △컨버터블 등 3개 모델로 나뉜다. 1세대 모델은 3시리즈와 디자인이 같았으나 2020년 2세대 모델에선 디자인 차이가 커 완전한 독자 모델로 거듭났다.
시승차는 '뉴 420i 컨버터블 M 스포츠 패키지(이하 뉴 420i)'다. 서울에서 덕산까지 왕복 250㎞를 달렸다.
가장 큰 특징은 전면에 위치한 거대한 수직형 키드니 그릴이다. 최초로 적용한 디자인은 아니다. 옛 BMW 차량에 적용했던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재해석해 선보인 것이다. 4시리즈 이후 BMW 전기차 'IX' 'i4'에서도 채택한 그릴 디자인이다.
수직형 키드니 그릴 때문인지 차량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불호가 있지만 나만의 색깔을 가진 차량을 원한다면 매력 요소인 듯했다. BMW도 모든 차량에 수직형 키드니 그릴을 적용할 예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량은 크기도 상당히 큰 느낌이다. 실제 치수는 전장 4768㎜, 전폭 1852㎜, 전고1384㎜다. 3시리즈보다 전장은 58㎜, 전폭은 27㎜ 길고 전고는 51㎜ 낮다. 측면에서 볼 때 좌우로 길며 낮게 깔린 모습이다.
전동식 지붕은 하드톱이 아닌 소프트톱이다. 소프트톱을 채택하면서 차량 무게 증가를 큰 폭으로 줄였다. 하드톱보다 40% 가볍다. 중량이 줄면서 동력 성능이 저하되는 것도 막을 수 있었다. 여닫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8초에 불과하다. 시속 50㎞ 이하 속도에서 개폐가 가능했다. 소프트톱은 여러겹의 단열재와 패브릭 커버로 구성돼 있다.
실내 디자인은 최신식이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10.25인치 메인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통풍·열선 시트와 스티어링 열선은 물론, 1열 탑승자 신체 온도 유지를 위해 목 부분에서 따듯한 바람을 내보내주는 넥 워머 기능도 지원한다. 쌀쌀한 날씨에 소프트톱을 열었을 때 유용했다. 목 뒷부분 히터도 켤 수 있다. 1열 탑승자의 체온 저하를 막아 쌀쌀한 날씨에도 탑을 열고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
뉴 420i는 동급 최고의 운동성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민첩하고도 정교한 핸들링이 가능했다. 다이내믹하고 군더더기 없는 운전감을 선사해줬다. 연비는 10.4~11.5㎞/ℓ인데 실제 주행에선 10.6㎞/ℓ을 기록했다.
뉴 420i는 2000cc 4기통 엔진를 기반으로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m다. 늘어난 차체 무게 등의 영향으로 0~100㎞/h까지 소요 시간은 제원상 320i 대비 1.1초 느린 8.2초지만 일반 도로를 달릴 때 체감은 크지 않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패들 시프트도 있다. 계기판을 보지 안혹도 전방을 주시한 채 HUD로 주행정보를 확인하고 변속하며 고속 주행을 이어가면 된다. RPM이 높아지더라도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은 미미하다. 고속 주행에서 창문에서 유입되는 소음은 생각보다 크다.
운전 편의성과 안전을 위한 기능도 두루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등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가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달린다. 기술 완성도가 높아 앞차의 급격한 속도 변화나 끼어드는 차량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했다.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 안전 기능도 탑재했다. BMW는 바디 정적 비틀림 강성도 1세대 모델 대비 4% 강화해 충돌 안전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무선충전기,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지원한다. 유선으로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외관상으로도 실내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BMW 순정 내비가 불편하다면 해당 기능을 이용해 티맵(TMAP), 카카오 내비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스피커는 하만 카돈을 탑재했다.
차체가 3 시리즈가 대비 크지만 2열 공간이 드라마틱하게 넓어진 건 아니다. 성인 남성도 탑승이 가능하지만 1열 탑승자가 공간 일부 포기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은 탑 개폐 상태에 따라 300~385ℓ로 바뀐다. 가격은 679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