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은 전자적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편리한 기기가 대중화된 시대에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성통화나 문자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해서 검색도 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지만 여전히 음성통화나 문자 보내기만 전기통신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전송 대상인 신호에는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거의 모두 전기통신으로 분류된다. 요즘에는 다른 서비스에 포함되는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대세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앞에서 열거한 세 가지를 기간통신역무, 나머지를 부가통신역무라 한다. 부가통신역무라는 용어는 기간통신역무 중심으로 그에 부가되는 서비스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대세를 이루는 것은 플랫폼 경제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정보통신기술(ICT)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2019년 5년 동안 기간통신서비스 매출 성장률은 0.7% 감소했지만 플랫폼 서비스를 포함하는 부가통신서비스 매출 성장률은 8.3% 증가했다. 기간통신의 매출이 통계적으로는 규모가 더 크고 이용자 통신요금에 많이 의존하는 특성 때문에 통신정책 우선순위는 여전히 기간통신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용 시간이나 이용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온라인플랫폼 서비스는 기간통신을 압도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는 구독 모델뿐만 아니라 양면시장형 사업모델을 이용하는 수수료 모델, 광고 모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출을 얻는다는 점에서 사업모델이 단순한 기간통신서비스를 뛰어넘어 머지않아 전기통신 분야에서 주도권을 거머쥘 것으로 전망된다.
플랫폼 경제 발전에 따른 전기통신 분야의 역학관계 변화는 자연스럽게 경쟁정책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전기통신 분야 특유의 경쟁정책은 전기통신사업법 적용에 의한 형성적 경쟁정책이다. 전기통신서비스 요금이나 이용 조건을 독립적으로 결정·유지할 힘이 있거나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꼭 필요한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 그 사업 범위나 방식을 제한함으로써 유효한 경쟁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사전규제 위주라는 점에서 사후규제 위주인 공정거래법 집행에 의한 회복적 경쟁쟁책과 구분된다.
전기통신사업법이 네트워크 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를 집중 규제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통신시장에서 네트워크 설비를 보유한 사업자가 통신 주축이던 기간통신서비스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통신 전문 규제기관은 통신시장의 구조적 제약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여 왔다. 설비 기반 경쟁정책을 통해 네트워크 설비 구축과 고도화를 장려하는 한편 서비스 기반 경쟁정책을 통해 네트워크 설비가 없는 사업자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그런데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경쟁정책이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5G 구축은 많은 투자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네트워크 설비 구축을 주도해야 하는 기간통신사업자 투자 유인은 감소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간통신서비스 성장세는 둔화하는 반면에 부가통신서비스가 플랫폼 경제 발전으로 각광 받고 있다. 둘째 5G 기반에서는 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으로 기간통신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
플랫폼 경제 시대 통신경쟁정책은 이제 네트워크 투자 유인 보호, 네트워크 기반과 디지털 기술 결합을 통한 혁신 촉진, 서비스 시장 역학관계 변화 반영을 위해 제도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시점이 됐다. 과거 틀을 유지하면서 현실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을 수선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과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shong@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