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IT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안 마련 해 넘긴다

조 위원장 "IT서비스 일감 개방 유도 위해 과기정통부와 협업"
자율준수안 "실효성 의문" VS "사실상 강제나 다름 없다" 평가 분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해 온 IT서비스 일감개방 자율준수안 마련이 결국 해를 넘긴다.

27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IT서비스 일감개방을 위한 자율준수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가 지연되면서 새해에나 나올 전망이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내부거래가 많은 IT서비스 분야 일감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발언한 후 자율준수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월 중소·중견 IT서비스기업을 대상으로 일감 개방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공정위는 2019년 대기업집단 계열 IT서비스 업체의 내부거래 실태 파악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등 일감 개방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관련업계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이 IT서비스 일감 개방을 다시 언급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두 부처 간 협의도 재점화됐다.

IT서비스는 공정위가 추진 중인 대기업 내부거래 일감 개방의 마지막 과제다. 공정위는 김상조 전 위원장 재임 시절부터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업종에 대한 일감개방을 추진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그룹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에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며 일감 개방 논의의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IT서비스와 더불어 물류, 급식에 대해 일감 개방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4월 삼성과 LG 등 8개 대기업은 급식 일감을 개방해 중소·중견기업과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7월에도 공정위와 삼성 등 5개 대기업집단은 물류 일감 개방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IT서비스 일감 개방과 관련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주장과 사실상의 강제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IT서비스는 급식과 달리 보안 문제가 있어 외부 기업에 맡기길 꺼려하는데 법이 아닌 자율준수 정도로는 내부거래 비율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에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자율준수라 하더라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실제로 공정거래협약을 평가할 때 일감 개방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새해 5월부터는 대기업 IT서비스 계열사의 내부 거래 현황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계열사에 IT서비스 일감을 무조건 넘기지 말라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합리적 비교를 통해 거래 상대방을 고른 경우는 공정위가 개입하지 않으며, 긴급한 상황이거나 높은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도 계열사와의 거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협 공정위 부당지원감시과장은 “올해 안에 발표하겠다는 기한은 넘기게 됐지만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겠다”며 “자율준수안 마련을 위해 과기정통부와 분주하게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