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IT' 없는 K-방역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의무화 첫날이던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전자예방접종 증명서 '쿠브'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 장애가 발생, 점심시간에 큰 불편을 겪었다.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 첫날인 18일에는 코로나19 선별검사 전산입력 시스템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지연돼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7월에는 50대 연령층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가 먹통이 되면서 부랴부랴 연령대별 예약 날짜를 분산하고 서버를 증설하는 긴급 작업이 이뤄졌다.

시스템 장애 원인은 공통으로 접속량 폭증에 따른 과부하였다. 대량 동시 접속에 대비해 용량 조절이 가능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하고도 장애가 되풀이되는 것은 앱 설계 자체가 클라우드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탓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수요 예측 실패로 시스템 구축 초기부터 과부하 대비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가 반복되면서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이 무색하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왔다. 질병청 내에 IT를 활용해 정책에 적용할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방역 정책에서도 IT적 문제 해결 방식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확진자 급증과 위중증 환자 규모 예측에 실패하며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2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예측 분석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자가격리자, 재택치료자 관리에도 허점이 보였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보건소 인력 부족으로 전담 공무원 배치가 늦어지면서 며칠이 지나서야 자가 격리 앱 접속이 가능해지거나 보건소와의 전화통화가 불가능한 사례도 속출했다. 며칠 동안 치료와 방역 공백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시 비대면 진료 허용 이후 원격진료 서비스가 나왔지만 재택 치료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 모범사례로 꼽히는 대만의 경우 코로나19 초기부터 민간 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을 적극 활용해 왔다. 챗봇을 통해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건강상태를 체크하면서도 보건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일본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원격의료 플랫폼인 '라인헬스케어'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건강 상담을 진행했다.

의료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사람을 교체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방역에 한계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데이터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IT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위험 예측 분석을 하고, 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 자가격리자나 재택 치료 환자에게 챗봇, 보이스봇을 통해 24시간 도움을 준다면 보건소 직원의 과도한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있는 만큼 보안에 문제가 없다면 민간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T톡]'IT' 없는 K-방역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