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산업 디지털 대전환 시대 문이 열리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9일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제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15개월 만의 일이다. 많은 사람이 국내 산업계에 시급한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애타게 기다려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산업 디지털 대전환의 주춧돌이 돼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일곱 차례나 상정되는 등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다.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법안 처리가 결정됐다.

그동안 국내에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도 디지털전환의 기반이 되는 산업데이터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리 기업이 애써서 생산하고 축적한 산업데이터를 해외 기업이 무단 점유하는 일도 있었고, 기업 간 데이터 소유권을 둔 분쟁이 잦는 등 시장에서 혼란과 피해가 가중됐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산업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권리규범과 각종 지원시책을 담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지속해서 요청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은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산업 디지털전환을 통한 국가 경제 성장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법안은 산업 전반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면서 가치사슬 전체를 혁신하고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한 제도와 지원 근거를 담았다.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관한 원칙을 제시했고, 산업 디지털전환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법 근거를 명시했다.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을 위한 추진체계도 마련했다. 특히 산업계에서 눈여겨볼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에게 이를 활용해서 사용·수익할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를 최초로 도입했다. 또 당사자 간 별도의 계약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생성한 경우 각자, 산업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양측 당사자 모두가 권리를 갖도록 했다.

둘째 산업데이터 생성 및 활용에 관여한 이해관계자들이 이익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적극 권고했다. 그 과정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지위 등을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했다.

셋째 기업 디지털전환과 기업 간 협업 촉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제도 근거를 규정했다. 기업 간 협업을 촉진하고 산업데이터의 원활한 거래와 이전이 가능하도록 산업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관리를 지원한다. 또 협업 선도사업을 선정해 규제 개선과 행정·기술·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협업지원센터를 운영해 기업 등 산업 디지털전환 역량을 높이는 한편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법안 통과를 기다려 온 산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국내 주요 산업 관련 20개 기관이 민간 주도의 산업 디지털전환 추진을 위해 '산업 디지털전환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지능정보기술을 공급하는 12개 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국내 산업 디지털전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공급기업 연합' 결성 협약을 체결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디지털전환은 우리 산업 생태계 지속 성장과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원동력이자 기업의 가장 확실한 투자 수단이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디지털전환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촉진법 통과를 계기로 새해에는 그동안 산업데이터 생성·이전·활용을 주저해 온 전통산업 기반 기업도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대전환이 본격 가속되길 기대한다. 국회 차원에서도 꾸준한 관심과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gohoonsi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