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 심사 결과가 새해 초 나올 예정인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판단에 이목이 집중됐다.
30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기업 결합을 승인하더라도 EU 등 해외 경쟁당국이 결론을 내려야 합병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은 미국과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 경쟁 당국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도 EU와 일본에서 결론을 내야 한다.
이 중 EU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가장 까다로운 경쟁법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여러 차례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결합에 대한 EU 경쟁당국 심사는 엄격해지고 있다. 항공결합은 노선별로 경쟁제한성을 따지며 일부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운수권을 반납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 시정조치에 따라 알짜 노선 운항을 줄여야 하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 항공사들은 차라리 합병 포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짓항공은 합병을 시도했지만 EU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EU의 까다로운 심사는 EU 소속 국가라 해도 피해갈 수 없다. 최근 EU는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가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와 합병하기 위해 제출한 시정조치를 거부한 바 있다. IAG와 에어유로파는 시정조치 대상 노선에 신규 진입할 항공사까지 찾았지만 경쟁당국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합병을 철회했다.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결합에 대해 언제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한국과 달리 EU는 결합을 하려는 회사로부터 시정조치안을 제출받는데,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EU에 결합 심사 신청을 아직 하지 않아 예비적 심사 단계에 있다. 시정조치안을 만들고 EU로부터 승인을 받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3년 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조선업 빅딜 결과도 EU 경쟁당국 판단에 달렸다. 특히 조선업 빅딜은 글로벌 1, 2위 기업 간의 합병이라는 점에서 각국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앞둔 실정이다. EU는 두 회사의 합병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LNG선의 경우 두 회사가 합병하면 전체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게 된다. 유럽에는 특히 LNG 선사가 몰려 있어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불승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결합 승인을 신청한 국가들 중 한 곳에서라도 불승인이 나오면 합병은 무산된다.
이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D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합병 무산 이후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EU의 결합심사 기한은 내년 1월 20일까지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