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백세범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학습을 전혀 거치지 않은 뇌 신경망에서 선천적인 인지 기능이 발생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동물들이 출생 직후 학습 없이 기초 인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선천적 뇌 기능'에 대한 이해의 기초를 마련했다. 기존의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인공지능(AI) 모델에서 기능 발생에 외의 데이터 학습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과 달리, 생물학적 뇌 신경망 기능 발생과 진화는 확률적으로 생성되는 물리 연결 구조에 의해 자발 발생할 수 있다는 차별된 기저 원리를 제안한다.
연구팀은 '얼굴 인지 기능'에 초점을 둬 뇌 시각 신경망을 모사한 인공신경망에서의 사물 인지 기능을 시뮬레이션했다. 모든 연결 가중치가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초기화된 심층신경망이 전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얼굴 이미지를 다른 사물 이미지와 구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얼굴 선택성'이 실제 동물 실험에서 관측되는 다양한 생물학적, 인지 행동적 특성들과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결과는 학습이 이뤄지기 전, 신경망 초기 구조가 갖춰진 시점에 이미 다양한 인지 기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뇌 과학의 오랜 화두인 지능 형성의 선천성 또는 후천성 논의와 관련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 기능 발생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신경과학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 선천적인 인지 기능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는 최초의 이론을 제시해 생물학적 지능의 발생과 진화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편으로 데이터 학습 기반 AI 구현의 방법과 완전히 다른 관점의 생물학적 지능 구현 원리를 정립해 현재의 AI 개발 상식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 특이점교수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백승대, 송민 KAIST 박사과정이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2월 16일자에 게재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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