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뽑는 만큼 정책 검증은 필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과 글로벌 무역패권 전쟁에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비전도 구체성을 갖춰야 할 때다. 전자신문은 임인년 새해를 맞아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과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을 만났다. 두 당의 정책공약을 책임지는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그리는 과학, 산업, 금융, 기술 등 경제 분야 미래 구상을 들어봤다.
-한일 무역갈등으로 야기된 소재부품장비 산업 기술독립 관련 지원 대책은.
▲현재까지 정부에서는 소·부·장 1.0정책과 소부장 2.0정책을 수립해 왔다. 소부장 1.0은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에 대한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100대 품목 공급안정, 산업전반 경쟁력강화, 강력한 추진체계 등 3대 정책이 중심축이었다.
소부장 2.0은 작년 7월에 수립했다. 글로벌 수준으로 공급망을 확장해 첨단산업 클러스터 구축, 추진체계 지속 강화 등의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집권 후 소부장 3.0을 수립하고 해당 분야에 10조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130대 핵심기술투자와 유턴기업의 소부장 특화단지 및 첨단투자지구 유치로 소부장 으뜸기업 300개, 소부장 강소기업 300개, 소부장 스타트업 300개를 육성하겠다. 중국과 베트남 중심의 '밀크런'(공급자 순회 방식)을 전 세계화, 주요 기술 강국과 기술동맹, 글로벌가치사슬 통합지원기구 설치 등을 통해 기술독립 100%를 조기 실현하겠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해외유출 관련 대책은.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이 해외에 구축되는 경우 관련 국가핵심기술에 대해 수출심사를 진행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발의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으려 한다. 이 법을 통해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해외 기술유출 방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6G 등 차세대 통신 육성 전략 및 정책 개선 방향은.
▲문재인 정부가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한 지 3년이 지났다. 정권 전반적으로 보면 통신장비 수출과 글로벌 기술협력 등 산업측면에서 여러 성과가 있었다. 통상 10년을 주기로 통신기술이 진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6G 상용화 시점을 2028~2030년 사이로 예상한다.
지금부터 6G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구·개발(R&D)을 시작할 시점이다. 6G 세계 표준 주도를 위해서는 다음 정부가 5년 동안 얼마나 꼼꼼하게 상용화를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세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또 국제표준을 선점하자는 내용의 디지털 대전환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 6G 등 차세대 통신 육성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정부는 '6G 세계표준을 주도'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글로벌 차세대 통신 융합 테스트베드로 육성'하겠다.
-인터넷전문은행 및 빅테크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규제와 진흥 여부는.
▲세계적으로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전통금융업과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모바일 채널을 이용한 새롭고 다양한 혁신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빅테크 금융 거래 규모와 상호연계성이 증가하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금융 생태계 내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규제형평성, 독과점, 금융시스템 안정성 등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는 역행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 전통 금융회사는 기업금융이나 중장기고위험 상품에 대한 노하우 등 기존 리스크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신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또 자체적인 데이터 활용능력과 정보기술(IT)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빅테크 및 핀테크와 협업과 투자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신성장 산업군인 핀테크는 규제 강화 기조에 맞춰야 한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사이버 보안과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를 우선 과제로 해야 한다.
이렇게 환경 변화가 이뤄지면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정부는 시장 흐름 속에서 디지털 환경 내 규제 사각지대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불공정한 규제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 또 디지털 소외현상 가속화에 따른 소외계층 보호, 산업 발전에 따른 법과 제도적 미비점 보완 등을 변화에 뒤처지지 않게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갈등 해소와 육성 방법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는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오픈마켓과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중개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전 산업 분야에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거래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온라인 플랫폼 제공사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강화되면서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소비자의 온라인 플랫폼 거래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갈등의 중심에는 판매수수료를 포함한 제반 비용이 플랫폼 사업자에 유리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입점업체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수수료를 포함한 모든 수수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정성 여부를 정부가 점검 해야한다. 이 부분은 이미 공약으로 발표했다.
입점업체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서비스 분야의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게 부당한 손해전가 행위나 경영간섭, 불이익 제공 같은 다양한 형태 불공정행위를 방지해야 한다. 판매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책정되고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면 갈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
법률로 규율을 앞세우기에는 플랫폼 산업이 급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 중개업체와 입점업체, 플랫폼노동자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자율적 상생질서를 시장에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대책이나 산업계 지원 계획은.
▲2018년 기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2억6050만톤)은 전체 배출량(7억2760만톤)에서 두 번째로 35.8%에 이른다.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RE100 등 세계 시장 질서 재편에 발맞추기 위해서도 전환이 시급하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계의 에너지대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 구조전환에 관한 국가 차원 로드맵을 검토하겠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미래 신산업을 적극적 육성해 반도체 등을 잇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철강, 화학, 정유, 시멘트 등 기존 기간산업은 탄소다배출 산업이기 때문에 연료 조기 전환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환경무역장벽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RE100 관련 기업에 국내 생산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충하겠다. 국가와 지자체가 관리하는 산단의 경우 지붕태양광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단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 중 일부는 상용화시기를 2040년 이후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R&D 지원과 신기술 적용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겠다.
-신재생에너지 및 원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산업화 시대에는 원전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경제성이 역전되는 상황이어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는 현재 운영되는 원전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역대 정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의 정책은 '탈원전'이 아니고 '감원전'이다. 신고리 5호기는 2024년, 신고리 6호기는 2025년 준공 예정이기 때문에 2085년까지 원전이 가동된다.
신규 원전 건설은 경제성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논란이 된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설계를 마쳐 감원전 정책의 경계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국민 여론과 경제현황·에너지전환 상황 등을 고려해 공론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주요국 대응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새로운 에너지 체계의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ESS, 그린 수소 등 무탄소 유연성있는 전원으로 보완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전원체계를 만들겠다.
-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과 비대면 원격 진료에 대한 입장은.
▲코로나19 시대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바이오기업이 없다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우리도 과거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완성차를 조립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 기술로 전기차 시장 4위를 달성하는 등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백신도 곧 자동차와 반도체처럼 우리를 대표하는 기술로 성장할 것이다.
백신을 비롯한 바이오산업은 제2의 반도체다. 바이오는 우리나라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미래산업이다.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해 외국 백신기업의 생산기지에서, '백신주권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바이오 제약에서도 앵커 기업이 나와야 한다. 연간 매출 30조원 규모 기업 2~3개는 등장해야 한다. 전 세계 경쟁력을 갖춘 앵커 기업이 받쳐줘야 협력 업체도 나오고 생태계가 만들어 진다.
구체적으로 백신주권,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해 전폭적으로 국가 R&D를 지원하고, 제약·바이오산업 핵심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생태계 조성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직접 바이오 산업을 챙길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의 '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를 통해 K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
원격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도서·벽지나 군·교도소 등 장소적 제한으로 진료를 받고 싶어도 진료받지 못하는 분들이나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에 자주 갈 수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276만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이뤄졌다. 의학적 안전성·유효성의 근거가 축적된 영역에서, 의료기술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반영해 의료접근성 보장과 국민 편익증진을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원격 진료는 의료체계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
-주력 미래산업 투자 및 육성 계획은.
▲이 후보의 제1공약인 전환적 공정 성장의 목표가 성장의 회복, 성장을 통한 기회의 확충이다. 미래 첨단산업에 집중적 투자와 과학기술 혁신이 성장 견인함을 잘 인식하고 있다. 주력 미래산업 투자 및 육성의 방법으로 에너지 대전환, 디지털대전환,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했다.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에너지 고속도로, 디지털전환 135조원 투자,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이다. 특히 10개 대통령 빅프로젝트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항공 △스마트모빌리티 △차세대 전지 △시스템·지능형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네트워크 △탄소자원화 △사이버보안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정리=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