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중소기업 주차장 상생 방안

[ET톡]대·중소기업 주차장 상생 방안

대기업이 연이어 주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차장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에서 핵심 거점이라는 판단이 서면서다. 주차 면수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함께 제공할 서비스를 고민한다. SK E&S는 지난해 11월 파킹클라우드, 카카오모빌리티는 같은 해 12월 GS파크24를 각각 인수했다. 중소·중견기업도 주차업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쏘카는 주차 중개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을 사들였다. 휴맥스 자회사 하이파킹은 동종업계 AJ파크(현 하이그린파킹)를 인수하고 덩치를 키웠다.

주차 시장 재편에는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도 있었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 이용객이 줄어들자 기존 주차 업계도 어려움에 처했다. 2020년 기준 회사별 영업손실 규모는 파킹클라우드 234억원, GS파크24 45억원, 하이그린파킹 101억원이다.

주인이 바뀐 업체는 사업을 정비하고 주차장에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접목할 예정이다. 목적지 인근의 주차장을 안내하거나 최종 목적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개인형 이동수단(PM) 서비스 제공이 기본 형태다. 전기차 충전, 자동 결제·출차 등 편의 서비스도 추가한다. 향후엔 대형 복합환승센터 중심으로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대기업이 주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중개를 넘어 직영 주차장을 늘리면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랜드마크 대형 주차장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일부 업체에 주차설비 일감을 몰아주면서 업계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듣고 있다.

그동안 주차장 운영업에 대한 대기업 진출 제한은 없었지만 중소업체가 주를 이뤘다. 대기업의 주차 시장 진출이 가속된 것은 최근이다. 기존 주차업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단가 경쟁에서는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서비스 품질이 높아도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이기긴 역부족이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주차장 이용을 활성화할 힘이 있다. 기존 모빌리티 플랫폼 이용자 대상으로 주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플랫폼 가입자를 늘릴 마케팅 재원도 있다. 반면에 업력이 오래된 중소업체는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주차관제시스템 구축 역량이 있다. 정전 시 비상 배터리 전원으로 차단기를 올리는 등의 기술 구현은 업력에서 나오는 노하우다. 플랫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 사회적 이슈다. 주차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이 나오길 바란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