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제조업 생산 리스크가 불거졌다. 중국 정부가 다음 달 초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를 앞두고 깨끗한 대기 질 관리 차원에서 공장 가동 제한 조치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셧다운, 전력 공급난 등과 겹치며 가뜩이나 난맥상에 빠진 공급망이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인접 위성도시의 생산기지 대상으로 공장 가동 제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인근 도시 내 공장 가동을 멈추도록 지시한 바 있다.
베이징 인근에 생산공장을 둔 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대다수를 현지에서 만든다. 지난해 기준 베이징 공장에서 월평균 2만7000대를 생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4일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공유받은 내용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 인근 창저우에 공장을 둔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 LG, SK 등 우리 기업들의 주요 생산기지는 주로 중국 남부에 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시작한 생산 제한 조치가 예고치 않게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공장별 배기가스 배출총량제를 실시하는 지방 정부도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우시 양극재 공장, 취저우 전구체 공장, 창저우 분리막 코팅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보다 앞선 석탄 이슈 이후 피크 시간대 가동을 줄이고 야간 가동률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한국 기업은 중국 지방 정부에 가동 제한 조치 완화를 공식 요청했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생산공장은 한 곳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각 기업의 대관을 담당하는 부서 관계자가 함께 중국 지방 정부 담당자와 올림픽 기간에 생산 가동을 멈추기 어렵다는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여러 지역에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여러 변수에 노출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시의 코로나19 봉쇄령으로 반도체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SDI 시안 공장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봉쇄령 장기화 땐 삼성전자 전철을 밟을 수 있어 비상이 걸렸다.
전력난과 달리 올림픽은 수년 전부터 예고된 이벤트여서 이미 기업이 리스크를 예측, 생각보다 피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 실장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 때 공장 가동을 중단한 기억이 강렬해서 우리 기업이 예측했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대비해도 생산 가동 중단은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유발하고 올림픽 이후에도 중국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규제를 확대하고 있어 기업의 어려움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베이징 올림픽발 생산 차질을 우려, 기업의 공급망 관리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