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 뜨겁다. 역대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필두로 컬리, 쏘카 등 이미 유니콘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도 연이어 올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 열풍에 이어 올해 역시 공모시장에 대한 흥행 기대가 커져서다. 그간 기관투자가 사이에서 기업가치를 불려온 스타트업은 저마다 좀 더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상장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모주 시장이 끓어오를수록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도 덩달아 터져 나온다.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고평가를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사례는 지난해 유독 뒷말을 남겼다. 최고 공모실적을 기록했던 크래프톤은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약 6조원을 낮춰 잡기도 했다.
시장이 정한 가격을 금융당국에서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정한 가격이 과연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정해졌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당연히 금융당국이 수행해야 할 일이다. 지금 같은 시장 과열 양상에선 더욱 그렇다.
특히 여러 평가 기준을 통해 객관적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공모시장과는 달리 비상장시장 가격 결정은 전적으로 당사자들 사이에서 이뤄진다. 주식을 발행하는 회사와 벤처캐피털(VC) 등 전문투자가, 주식 양수자와 양도자가 서로 회사의 적정 가치를 매긴다. 양측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기업가치라면 거래가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거래는 철저히 양측 이해관계에 따라 회사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흐른다. 최근 비상장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은 더욱 그렇다. 거래 당사자 서로가 M&A 이후 기대되는 기업가치를 미리 산정해 그 가격으로 지분을 교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기업가치는 상승한다. 거래에 참여하는 주주 모두가 이해당사자들이니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단지 합병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 정도가 중요한 쟁점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옐로모바일의 몰락을 겪었다. 옐로모바일은 끊임없는 M&A로 기업가치를 불렸다. 기업가치가 4조원에 이르던 집단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상장 이후였다면 일반투자자가 입었을 손실은 어마어마하게 불어났을 것이다.
공모시장 활성화를 누구보다 반기는 벤처투자업계에서도 최근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이 무서울 정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안정적인 공모시장 유지를 위해 기관투자가의 적정 가격발견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