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임 특허 임원으로부터 스마트폰 음성인식기술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2020년 6월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를 통해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10건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소장을 접수했다. 공동 원고로는 계쟁 특허 소유권을 지닌 미국 델라웨어 소재 스테이턴 테키야 LLC도 이름을 올렸다.
안 전 부사장은 2010년부터 10여년간 삼성전자 특허 분야 수장을 맡아 애플, 화웨이 등을 상대로 굵직한 소송전을 총괄한 특허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 IP전략과 현황을 깊숙이 알고 있는 C레벨 임원이 퇴임 후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무단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US8111839), '오디오 녹음용 장치'(US8254591),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US8315400) 등 10건이다. 주로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 관련 기술로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버즈, 갤럭시버즈 플러스, 갤럭시버즈 프로, 빅스비 플랫폼 등이 소장에 포함됐다.
스테이턴 테키야 LLC와 시너지IP는 삼성이 특허 침해를 인지한 상태에서 제품 생산과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에 앞서 지난해 2월 안 전 부사장이 김상균 법무팀장 사장을 만나 관련 서류를 전달하고 특허 침해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도 소장에 언급됐다. 안 전 부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일정 부분 권리를 가져 소송에 참여했다”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부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다. 1997년부터 삼성전자 특허 업무를 맡았으며, 2010년 IP센터장에 선임돼 2019년 퇴임까지 전사 IP업무를 총괄했다. 2011년 애플을 상대로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주도했다.
특허업계에서는 삼성 특허 전략을 잘 아는 안 전 부사장이 소송에 나선 만큼 최소 수백억원대 배상금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업계 관계자는 “특허분야 최고 수장까지 지낸 인사가 해당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참여한 일은 이례적”이라며 “국내 IP 생태계 취약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직업윤리 논란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소송에 대해 “상황을 파악 중이나 특허 관련 이슈는 외부에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