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 전 IP센터장, 140억 규모 ETRI 특허 매집

[단독]삼성 전 IP센터장, 140억 규모 ETRI 특허 매집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전임 특허 총괄 임원이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145억원 규모의 디지털TV 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에 이어 TV 분야에서도 특허권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ETRI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 ETRI 특허 신규 수익화 내역'에 따르면 ETRI는 디지털 방송 표준 관련 기술 특허 821건의 라이선스를 '지코아'에 매각했다. 지코아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2019년 7월에 설립한 회사다. 업종은 무형 재산권 중개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IP) 수익화 활동이 목적이다.

지코아가 라이선스를 확보한 ETRI 디지털 방송 표준 관련 기술은 차세대 방송시스템 구성을 위한 송수신 장치와 신호처리 방법, 패킷 기반 데이터 전송 기술 등으로 구성됐다. 디지털TV 개발과 생산을 위한 핵심 표준 기술이라는 평가다. 삼성, LG전자, 소니 등 주요 TV 제조사 대부분이 해당 특허권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부사장이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도 TV 제조사로부터 수익화 성공 가능성을 좋게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코아는 소송을 통한 특허침해 배상뿐만 아니라 TV 관련 특허풀 조성으로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안 전 부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정 기업을 상대로 수익화 활동 여부를 세세히 밝히고 싶지 않다”며 “ETRI 디지털 방송 특허 라이선스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라이선스 확보 과정에 해외기업 등 외부 자본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글로벌 특허관리전문업체(NPE)가 전직 기업 특허담당 임직원을 영입, 국내외 기업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기업 특허권 방어 일선에서 활약해 온 전문가가 퇴임 후 이전 소속 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나라 지식재산 생태계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특허 관련 정책적 안전장치 마련과 건강한 특허 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