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K-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BTS'와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까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류'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세계 청소년이 늘었다. '코리아'를 말하면 북한과 삼성만 떠올리던 세계 각지의 사람들까지 K-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두고 여러 상상을 한다.
단지 몇 건의 '히트작'만 나온 것은 아니다. 설국열차, 미나리, 오징어게임, 지옥 등으로 후속작이 이어지면서 저변이 넓어졌다. BTS의 신곡은 공개 전부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리 게임과 웹툰은 세계 시장에서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리 드라마와 영화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일도 잦다.
이쯤 되면 일시적 현상이라 치부할 수 없다.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주류로 평가받고 있다. K-콘텐츠는 한국어라는 고유 언어와 문자를 사용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자산이지만 이것이 세계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최근 성과는 이를 극복한 결과이기에 더 놀랍다.
콘텐츠는 하나의 산업이면서 큰 흐름이다. 세계사를 보면 문화를 전파하는 자가 세상의 주류가 돼 왔다. K-콘텐츠의 성장은 단순히 수출액에만 기여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격과 위상을 높일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K-콘텐츠와 함께 또 다른 무기, 정보통신기술(ICT)을 갖고 있다. 최근 문화산업은 ICT가 좌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변방에 머무를 작은 영상물이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해외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K-콘텐츠가 빠르게 지구 반대쪽까지 진출한 데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조력이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반적인 교류가 제한받는 시기, 비대면 시장에서 K-콘텐츠는 더 위력을 떨쳤다. BTS의 온라인 콘서트는 수십만명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오프라인 공연 수십회분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형 게임과 웹툰, 음악도 디지털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글로벌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
K-콘텐츠 고도화의 핵심도 ICT로 본다. 디지털과 접목한 콘텐츠는 표현법이나 전달 방식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최근 각광 받는 메타버스, 가상현실(VR), 3차원 영상, 실감형 콘텐츠 등에는 신기술과 접목이 필수다. K-콘텐츠의 높아진 기대감에다 우리 IT의 강점을 잘 융합한다면 세계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우리가 주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좋은 가이드라인과 콘텐츠 생산자와 IT 엔지니어의 개방형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K-콘텐츠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지식재산(IP)의 관리와 저작권 침해 대응에도 수준을 더 높여야 할 것 같다.
K-콘텐츠와 연관 산업의 동반 해외 진출 모델도 확대해 볼 만하다. '한류' 콘텐츠로 쌓은 좋은 한국 이미지를 식품, 미용, 관광 등과 연계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반적인 한국 기업과 제품·서비스의 이미지 제고에도 K-콘텐츠가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K-콘텐츠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분명히 지금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의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다. 모처럼의 기회를 잘 살려서 K-콘텐츠가 만개하길 기대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