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반도체 공급난으로 차량생산과 판매에 고전했지만 최고급 브랜드 차량 구매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젊은 세대가 이른바 '슈퍼카'로 눈을 돌린 것이란 평가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초고가 최고급 모델이 주요 완성차 기업의 핵심 수익모델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실적 악화 위기에 몰렸지만, 벤틀리,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 고가 모델이 선전하면서 제조사들이 견실한 이익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해 벤틀리 1만4659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포르쉐 판매량은 11% 늘어난 30만1915대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는 폭스바겐의 다른 브랜드 차량이 반도체 칩 부족 사태로 공장 가동 중단 등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작년 폭스바겐 판매량은 전년보다 8.1% 감소한 490만대에 그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서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최고급 모델에 반도체 칩과 원자재를 집중시키며 실적 확대에 속도를 내는 구조다.
알랭 파비 밴틀리 영업 총괄은 “(차량 생산에) 반도체 칩 부족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서 “(밴틀리는) 수익성 측면에서 우선 순위가 높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BMW의 작년 판매량은 250만대로 집계됐다. BMW는 초고가 브랜드 롤스로이스 맞춤형 슈퍼카 5586대를 지난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49% 증가한 규모다. 롤스로이스 차량가격은 30만달러(약 3억5646만원) 이상부터 시작된다.
마틴 프리츠 롤스로이스 미국 대표는 “롤스로이스 같은 초호화 자동차 구매자는 젊은 층”이라면서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부를 축적한 젊은 기업가 등이 많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고객 평균 연령은 약 43세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와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생산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7620만대다. 올해는 13% 증가한 858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보다 적은 규모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