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산업계와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사업주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과 국민 생명 보호라는 관점에서 언젠가는 도입돼야 할 제도다. 우선 27일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대형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대형 건설사업장 중심으로 안전관리감독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50인 이하 사업장이다. 국내에서 매년 평균 800~1000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재 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이 5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의미다. 법 시행은 오는 2024년부터지만 지금부터 안전시스템 점검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 역량과 인식이 낮은 게 현실이다. 안전관리를 위한 기술과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고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도 앞장서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부터 1억원 미만 건설 현장과 50인 미만 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역량을 기르기 위해 기술과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위험한 기계나 기구 교체 및 노후하고 위험한 공정 개선에 5271억원을 투자한다. 작업환경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기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서 개선하는 스마트 안전시스템 도입도 지원한다.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던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매뉴얼화도 필요하다. 사업장에 위험 요인이 있다면 근로자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신고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급박한 산재 위험 시 사업주에게 추가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요청하고, 조치를 거부할 시 고용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 시행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전시스템 도입, 산업안전보건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안전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이다.
사업주가 처벌이 두려워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소극적 대응보다는 무엇보다 직원 생명을 보호한다는 인명존중 의식 아래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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