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 車 디자인 완성도 높이는 '클레이 실물 모형'

클레이 모델러 자동차 디자인 (자료:현대자동차)
클레이 모델러 자동차 디자인 (자료:현대자동차)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도구가 됐다. 과거에는 기계적 성능에 초점을 맞춰 개발했으나 이제는 소비자 심미적 요구까지 고려해야 한다. 완성차 제조사의 자동차 개발과정에서도 내외장 디자인이 초기부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완성차 제조사 중에선 1920년대 중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처음으로 디자인 부서를 만들었다. 자동차 디자인을 모형으로 만들어 경영진 품평을 진행한 뒤 개발 차종의 디자인을 결정했다. 완성차 제조사가 최초로 디자인 실물 모형을 도입한 사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모비스는 2017년 디자인 모델실 신설 후 전문 모델링 시설을 구축하고 인력을 영입했다. 현재는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관련된 미래 디자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 개발 과정은 크게 스케치, 랜더링, 모델링의 순서로 진행된다.

모델링은 '알리아스(Alias)' 등 3차원(D)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지털 모델링과 실제로 모형을 제작하는 실물 모델링으로 나눠진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도 3D 모델링만으로는 완전한 디자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실물 모형 제작을 통한 디자인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완성차 제조사는 실물 모형을 기반으로 3D 모델링에서 할 수 없는 입체적인 디자인 서페이스(Surface)를 검증한다.

완성차 실물 모형 재료로는 '클레이(CLAY)'라는 공업용 점토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인다. 클레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디자인 수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재활용도 가능한 소재이며, 수많은 수정을 거치더라도 소재의 성분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클레이 모형을 제작하는 사람은 '클레이 모델러'로 불린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모델러는 수정이 많은 클레이 디자인 모형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클레이 모델러가 디자이너와의 공감 능력도 갖춰야 한다. 제작에 필요한 설계 및 조건 등을 충족시키면서 디자이너가 표현하려는 느낌을 스케치나 랜더링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3D 프린터가 자동차 디자인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밀한 자동차 모델링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도 부품 단위의 컴포넌트 디자인에 최적화된 3D 프린터 장비를 도입했다. 보다 정밀하고 신속한 디자인 검증이 가능해졌다. 또 설계 부서와의 협업을 통한 디자인과 설계 구조의 통합 검증까지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그림이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직접 제품 샘플을 제작했던 과정을 넘어 컴퓨터를 이용해 더욱 정밀하고 빠른 샘플링 작업을 실행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남은 자료를 대외적으로 활용하거나 설계와 생산 단계로 넘기기 위해서는 오류나 개선점을 찾기 위한 무수한 확인 절차가 수반된다.

현대모비스 디자인 모델링 워크숍에서는 바로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인다. 시설에 마련된 3D 프린터, 가공 툴을 이용하면 1:1로 제품 모델을 확인한 후 문제점이 있을 시에는 프로그램을 재가동해 데이터 수정한 후 최종적으로 양산 단계에 이른다. 즉, 품질 향상과 기간 단축에 상당한 장점을 갖는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