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구온난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가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체제가 빠르게 복원되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가가 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삭감하는 내용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의결한 바 있다.
발표된 시나리오대로 추진된다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새해 1월 1일부터 시범 적용하게 될 유럽연합(EU) 등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 탄소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탄소중립이 수출 중소기업에는 발등의 불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계의 선제적인 저탄소 공정 전환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우리 중소기업계의 대응 능력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실시한 정책모니터링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 인식은 있으나 자금여력, 정보 부족,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탄소중립에 대해 준비되었거나 준비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특히 향후 탈탄소 규제가 강화될 경우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화학, 금속 등 주요 제조업에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저탄소 공정 전환이 늦어진다면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8월 31일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경제 전반에 걸쳐 탈탄소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제시됨에 따라 중소기업계의 대응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동안 정부는 저탄소 전환을 위한 경영컨설팅,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 보급, 탈탄소 유망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 등을 추진해 오고 있으나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국회에 '중소기업 탈탄소경영혁신촉진법'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개별 중소기업이 탈탄소 전환 지원, 공급망 내 대·중소기업 공동전환 지원,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대한 우선 지원, 탈탄소 전문기업 육성 등에 대한 지원시책은 물론 지원체계 수립, 탈탄소혁신기업 육성, 탈탄소혁신지구 육성 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계획에 필수적인 사항들을 담겨 있다.
실태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중소기업 단독으로 탄소중립을 시현하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과 더불어 전문가의 조력 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관련 법률의 제정이 요구된다. 이번 조속히 관련 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새해부터 시범 적용될 유럽연합 등의 탄소규제에 대한 준비기간이 부족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탄소중립의 중대성과 시급성에 비추어 대응 시기를 놓친다면 제조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동안 한국경제는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여러 차례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해 왔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탈탄소 규제가 제조 중소기업의 피해를 가중시키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 업계의 공조가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탈탄소경영혁신촉진법' 제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 sejong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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