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때리는 EU…美와 디지털 패권 경쟁 심화

스웨덴 프라이스 러너 "경쟁업체 피해"
구글 상대로 2조8700억원 규모 소송
메타 "유럽서비스 중단 검토" 보고서
규제 압박에 사업 지속성 유지 어려워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유럽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시장 확장을 저지하려는 유럽연합(EU) 규제와 현지 기업 견제가 지속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디지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 가격비교 서비스 업체 '프라이스 러너'는 7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법원에서 미국 알파벳 산하 구글을 상대로 21억유로(약 2조8700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1999년 창업한 프라이스 러너는 스웨덴, 영국 등 유럽에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번 소송에서 독점 지위를 확보한 구글이 자사 쇼핑 서비스를 우대하면서 경쟁업체와 소비자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7년 구글에 반독점법 위반에 따른 28억달러(약 3조3500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단독 기업에 부과된 벌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EU 집행위는 구글 검색엔진에 자사 상품 비교 서비스 '구글 쇼핑'을 우선 노출하면서 경쟁 사이트를 불리한 위치에 몰아넣었다고 해석했다.

자료:로이터/연합
자료:로이터/연합

구글은 즉각 항소했지만 EU 일반법원은 작년 11월 또 한 번 EU 집행위 판단을 인정하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구글은 지난달 재항소에 나섰다. 최종 결과는 향후 프라이스 러너가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옛 페이스북)는 최근 발행한 연례 재무보고서에서 EU 규제 강화에 따라 유럽 지역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U가 미국 빅테크 대상 압박을 강화하면서 사업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메타는 보고서에서 서비스 지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이전할 수 없게 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U 대법원에 해당하는 유럽 사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 미국과 EU가 2016년 체결한 개인정보 이전 규칙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메타는 '표준계약조항(SCC)'에 근거해 EU 사용자 개인정보를 이관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SCC가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데이터 이전을 금지하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메타는 올 상반기 최종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