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게임 하드웨어 기기에 웃돈이 붙어 유통되는 '그들만의 정가' 시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인기 콘솔기기나 게이밍 PC용 그래픽카드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탓이다. 올해 신작 발매와 맞물려 기기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공급난으로 수요공급 불일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달 초 다시 시작된 SK텔레콤 엑스박스 올엑세스 판매는 단 1분 만에 매진됐다. SK텔레콤 엑스박스 올엑세스는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게임 구독 서비스 '게임패스'와 게임 하드웨어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엑시엑)를 묶어 판매한 상품이다. 워낙 국내 엑시엑 배당 물량이 적은 데다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 후 게임패스 기대감이 커진 덕에 순식간에 매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콘솔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도 마찬가지다. 1인당 1기기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당첨제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 순식간에 완판이다.
반도체 수급 불안과 글로벌 물류 체인 붕괴가 공급 부족 원인으로 꼽힌다. 게임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7㎚, 5㎚ 등 10㎚ 이하 초미세 공정을 필요로 하는데 각종 산업군 수요와 겹쳐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물류 차질로 MS는 계약업체로부터 디스플레이마이크로컨트롤러, 이더넷 단자 부품을 제대로 조달받지 못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 부족에 제품을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가 활개다. 정가 60만원인 두 제품은 개인 거래를 통해 100만원 수준에서 판매된다. 물량 부족이 장기화된 까닭에 보증 기간이 끝난 제품을 신품 가격에 팔고 신품 구매를 시도하는 사람까지 생겨나면서 신품 구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PC 게이밍 필수품인 그래픽카드도 구하기 어렵긴 매한가지다. 2020년부터 높아진 채굴 수요에 GPU가 암호화폐 채굴장으로 끌려가 공급이 부족하다. 소매점에서 웃돈을 붙여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게임용 GPU로 많이 선택하는 엔비디아 지포스 3080TI 가격은 169만원(생산자권장방식 1199달러)인데 현재 200만원 중반 선에서 거래된다. MSRP 699달러의 지포스 3080도 2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떨어지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2년간 억눌려 온 수요를 단기간에 충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소니는 올해 PS5 예상 출하 대수를 1480만대에서 1150만대로 300만대 이상 하향 조정했다. 필 스펜서 MS 부사장은 엑스박스 공급난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와 MS가 TSMC와 5㎚ 공정 계약을 맺고 AMD가 콘솔용 APU에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면서 “2023년에는 물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