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국민 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입니다. 다음 정부에 가장 바라는 건 기업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꼭 조성해줘야 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차기 정부가 혁신적인 중소기업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국 경제의 핵심축인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1962년 설립된 국내 최대 중소기업 단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국내 경제 4단체로 꼽힌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가 새 정부에 호소하는 첫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해소'다. 김 회장은 여야 대선 후보들을 만날 때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힘써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 회장은 “대기업이 수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는데,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대박났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 총 영업이익 220조원에서 기업 수 0.3%인 대기업이 57.3%를 가져가고, 99%인 중소기업은 25%를 차지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수 대기업의 이익 독점이 계속되면 중소기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고용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해결책은 중소기업이 노력한 만큼 제값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료한 해결책이 있지만, 현실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김기문 회장은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고,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신경제 3불'을 해소해야 한다”며 “대·중기간 납품단가에 대한 '거래불공정', 온·오프라인 플랫폼 대기업과 입점업체간 '시장불균형', 조달시장 최저가 입찰로 인한 '제도불합리'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을'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싸워서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차기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신경제 3불'을 꼭 풀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차기 정부가 현 제도를 보완하고,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 경영을 위축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면서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40% 이상은 차기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주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경영여건 악화와 일자리 창출 의욕을 잃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52시간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 52시간제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중소기업들의 요구”라면서 “노사합의를 기반으로 월단위 연장근로제 도입, 추가연장근로제 확대, 탄력근로제 절차 완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여 기업성장과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한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을 고려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탄소중립위원회에 중소기업 과제 세 가지를 건의해 최종보고서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관련 중소기업 과제 세 가지는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탄소저감 시설·R&D 지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다.
올해 중기중앙회 설립 60주년을 맞아 협동조합 활성화라는 본연의 역할에도 힘쓸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대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면서 “개별 중소기업이 하기 어려운 R&D나 물류기반 조성 등을 협동조합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동조합은 업종별 협업 플랫폼으로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며 “올해 협동조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윤건일 벤처바이오부장(팀장) benyun@etnews.com, 권건호·유근일·조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