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응, 첨단 기술로 신시장 창출에 나섰다. 지금까지 도전하지 않았던 영역에 뛰어들어 격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22'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신기술과 제품으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려는 노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9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주최한 세미콘코리아 2022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지난해 행사가 취소된 만큼 올해 세미콘코리아는 참가 기업과 참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세계 500여개가 넘는 반도체 기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기술과 시장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오프라인 전시회에서는 반도체 장비와 재료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외 기업이 2000여개 부스를 꾸렸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시장 창출'이다. 주력 사업의 틀을 깨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포석을 깔았다.
반도체 부품·장비 세정 코팅 시장 1위인 코미코는 원자층증착(ALD) 방식 코팅 기술을 처음 공개했다. 기존 화학적 또는 플라즈마 방식 대비 매우 단단하고 얇은 코팅층을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ALD 방식 코팅 기술을 개발한 건 코미코가 최초다. 코미코 관계자는 “나노 단위로 견고한 코팅이 가능해 수천만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장비 부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미코는 ALD 코팅 기술을 반도체 장비사에 적용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코미코는 신기술로 반도체 부품 장비 코팅 시장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 케이씨텍은 웨이퍼를 평탄화하는 화학적기계연마(CMP) 슬러리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 CMP 슬러리는 반도체 웨이퍼 증착물을 평평하게 깎는데 사용하는 재료다. 케이씨텍은 기존 주력했던 세리아(CeO2) 슬러리뿐만 아니라 메탈 슬러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메탈 슬러리는 보통 금속 증착물을 깎는데 사용된다. 케이씨텍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셈이다. 케이씨텍 관계자는 “CMP 슬러리 제품을 다변화하고 향후 CMP 공정 후 세정 분야도 신규 사업 영역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감광액(PR) 선도기업 동진쎄미켐은 현재 양산 중인 불화아르곤(ArF)과 불화크립톤(KrF) PR 소재 특성을 집중 소개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말 반도체 초미세 회로 구현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공정용 PR 국산화로 주목받은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EUV PR이) 양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CMP 슬러리도 생산하는 동진쎄미켐은 고객사 저변 확대에 집중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에 신규 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익은 반도체 소재(원익머트리얼즈)부터 부품(원익QnC), 장비(원익IPS) 관계사가 총출동해 기술력을 뽐냈다.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기업 원익머트리얼즈는 하이-K(High-K)를 포함, 실리콘·메탈 증착용 전구체를 소개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누설 전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재로 하이-K 전구체가 주목받고 있다. 원익의 첨단 공정 시장 공략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세메스는 지난해 발표한 패키징 장비 TEPAS20을 포함, 세정·식각·테스트 패키징 분야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 기업도 세미콘코리아 2022에 대거 참여했다. 머크는 2020년 인수 완료한 버슘머트리얼즈(국내 버슘머트리얼즈한양기공)와 함께 부스를 꾸리고 실제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에 공급한 다이나믹 가스 혼합기를 공개했다. 여러 가스를 고객사가 원하는 비율로 혼합해 공급하는 장치다. 머크는 최근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인수합병(M&A)와 공격적 투자로 전자재료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ASML, 램리서치, TEL, 등은 각종 컨퍼런스를 통해 반도체 기술과 시장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미콘코리아 2022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을 표방했다. 이에 걸맞게 투자 설명회, 구매 상담회 등 다채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공동 생태계 조성과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투자 설명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미 상무부 간 이뤄진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후속 조치다. 첫날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정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된 가운데 관련 소부장 기업의 관심을 받았다. 10일에는 국내 시장에 진출하길 희망하는 기업 상대로 투자 설명회가 이어진다.
국내 소부장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구매상담회(SSP)'도 열렸다. 인텔, 마이크론, 키옥시아, 소니 등이 참여, 국내 소부장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세미콘코리아 2022 행사 기간 동안 총 50여회 이상 비즈니스 미팅이 잡혔다. SEMI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 'WFD' 프로그램 일환으로 반도체 직업 멘토링과 우먼 인 테크놀로지 프로그램도 개최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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