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유성을 유지하며 변화를 접목해야 한다는 글로벌 석학의 조언이 나왔다.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는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2022 글로벌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변화하고 발전시키되 콘텐츠는 한국 창작자에 과거 익숙한 소재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소재가 글로벌 콘텐츠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교수는 5년 전 '한류와 BTS를 모르고 21세기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강의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 사회학자다. 매 학기 800명 학생에 인종과 문화 관계에 대해 강의한다. 한국과 한류는 단골 소재다.
리처드 교수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성공 배경에는 세계인이 공감할만한 주제가 내포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인이 아니어도 K-콘텐츠 속 끊임없이 발생하는 갈등과 도덕적·윤리적 곤경에 세계인이 공감한다는 판단이다.
'오징어게임' 흥행 이유로 사람들이 물리적 부를 추구할 때 다른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현실을 반영했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에 격변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한국적 소재로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K-콘텐츠 다른 경쟁력으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시청자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처드 교수는 “한국 콘텐츠 속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은 모든 것을 보여주기보단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며 “35년 동안 도덕과 사회 변화를 연구해온 사회학자로 폭력과 성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세계에 수십억명 존재한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인은 단순히 친구와 가족을 따라 K-콘텐츠를 좋아하기보다는 직접 몇 가지 접점을 통해 콘텐츠를 찾아서 소비하는 성향이 짙다고 진단했다. 한국 문화와 상품을 스스로, 각자의 방식에 맞게 경험한다는 설명이다.
리처드 교수는 “K-콘텐츠의 힘은 타국 콘텐츠와 많이 다른 차별성으로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창의적 반응을 담는다”라며 “큰 변화보다는 재생산이 한류를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