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 가전 유통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겨냥한 비스포크 가전이 매출 신장을 주도한 가운데 스마트폰과 노트북 판매까지 호조를 보이며 시장 1위 하이마트와의 격차를 좁혔다.
10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국내 가전 유통 4사의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는 전년 대비 15%가량 성장한 약 3조78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 갔다.
지난해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비스포크 가전과 프리미엄 TV 등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국내 가전 유통사인 삼성디지털프라자도 성장을 거듭, 역대 최대였던 2020년의 3조2977억원을 넘어 새 기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 가전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한 '비스포크'의 힘이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방가전에 이어 생활가전까지 비스포크 라인업을 확장했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힘입어 비스포크가 전체 가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환경에서도 고객경험 향상을 위한 플래그십 매장 전환이 성공하면서 고객 유입을 이끌었다.
대화면·고화질 트렌드를 타고 프리미엄 TV 판매 호조와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스마트폰 매출 비중은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주요 매출원인 삼성 노트북 역시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3.3% 늘어난 112만대를 돌파하며 힘을 보탰다.
삼성디지털프라자의 급성장에 힘입어 국내 가전 유통에서 부동의 1위인 롯데하이마트와 양자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롯데하이마트는 전년 대비 4.3%가량 매출이 하락한 3조8774억원에 그쳤다. 5년 전만 해도 삼성디지털프라자와 1조5000억원 넘게 차이가 났지만 지난해에는 1000억원 수준으로까지 좁혀졌다.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는 전년 대비 소폭 성장, 2조90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된다. 역대 최대 매출인 지난해의 2조89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때 2위 쟁탈전을 벌이던 삼성디지털프라자와는 격차가 벌어졌다.
가전 유통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지털프라자가 비스포크 가전을 필두로 프리미엄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1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면서 “지난해는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이 입점하지 않은 신규 출점 대형 백화점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둔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국내 가전 유통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 등 4사의 2021년 합산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3% 성장한 11조4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장 1위 하이마트가 주춤했지만 삼성디지털프라자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4사 합산 매출 역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가전 유통시장은 코로나19 특수가 시들해진 데다 금리 인상 등으로 예년보다 정체 또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온라인 채널 강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