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 시대가 열렸다. 이동통신사의 전유물이었던 5G 주파수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호 기업인 네이버 클라우드에 이어 LG CNS, 한국전력, 세브란스병원 등 기업·기관과 지자체가 5G 특화망을 도입한다. 올해 5G 상용화 초기부터 정부와 업계가 바랐던 5G 기업용(B2B) 서비스 확산이 기대된다.
특화망을 활용한 융합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과제가 있다. 특화망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있지만 현장에서 바로 투입해서 이용할 수 있는 특화망용 장비와 단말은 아직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주파수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장비와 단말 기업을 독려하고 있다. 라우터, CPE 등을 넘어 특화망용 스마트폰, 산업특화용 단말, 패드, 로봇 등이 개발돼 연구개발이나 생산 업무 등에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기정통부가 단순한 현장 실증을 넘어 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진흥책을 펴야 할 것 같다.
장비와 단말 기업이 특화망용 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5G 특화망 수요처를 조사해 스마트 공장, 병원, 조선소 등 현장별로 필요한 장비나 단말이 어떤 것인지 공급 기업에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 비용에 한해서는 과감히 보전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장비를 사용하는 공급기업 입장에서도 초기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비가 보장된다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합리적 단가 책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요처 또한 제품 도입 시 망설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단말에 필요한 모듈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듈에 탑재되는 칩셋이 출시되는 시기와 표준 등을 선제적으로 모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에 알려주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칩셋을 바꾸면 또 개발비를 새로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모듈을 제작할 때 투자비와 다음 단계를 고려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기정통부가 삼성전자와 같은 칩셋 제조 대기업과 논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특화망 수요처 중 선별 과정을 거쳐 일부 도입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일종의 시범사업 성격이다.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통해 특화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는데도 효율성이 없을까 고민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도입 독려와 함께 도입 후 효용성이 없으면 초기 비용 등 보전을 제시해 볼 수도 있다.
특화망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 5G 특화망 도입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와 업계가 기대해 온 5G 융합서비스의 창출과 여러 사용처에서의 서비스 고도화도 이뤄질 것이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