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삼성·LG 등 철수 행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으로 우크라이나 '여행 금지'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삼성, LG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철수 조치에 나섰다.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 금지)를 긴급 발령하면서 현지 법인을 둔 기업의 인력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여행금지는 정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 제도 가운데 최고 단계로, 법적 강제성이 있어 현지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여권법 등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 DB)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주재원 가족을 먼저 귀환 조치한 데 이어 남은 직원도 철수 조치를 마쳤다. 두 업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현지 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현지 생산공장은 별도로 없다. 우크라이나에 법인·지사를 둔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현대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 에코비스, 오스템임플란트 등 10여사이다. 한국타이어 등 다른 한국 기업도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안내에 따라 직원 철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기업들의 철수가 속속 진행되는 가운데 직접 피해보다는 러시아 침공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과 유럽 등이 이번 사태를 놓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나 수출 제한 등을 가할 경우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러시아에 반도체 제재를 거론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영향권에 들 수 있고, 수출입 제재 발동 시 유럽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문제도 불거지는 등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한 수급관리 TF를 구성, 국제 유가 및 공급망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26일 업계와 '제18차 산업안보TF 회의'를 열고 전반적인 공급망에서의 수급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9일에도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제12차 회의'를 열고 비상시 석유수급 대응계획을 점검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