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은 새로운 시장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성장을 이끄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확대를 포함한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7월 9일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G8(주요8개국) 확대정상회의'에서 던진 메시지다. 기후변화에 능동적 참여가 기업에 경제적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온실가스배출량을 오는 2050년까지 절반으로 감축하자는 범지구적 장기목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국가 비전에 야당은 “녹색성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콘크리트로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부터 포기하라”고 비판했다. 일부 논란은 있었지만 MB 정부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13년이 지났다. 한국은 선진국으로 국제 위상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개도국에 탄소크레딧을 부여해야 한다”며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자임하며 개도국 부담을 줄여 주는 역할을 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NDC 목표를 상향하며 선진국으로서 더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야당은 “NDC 40%는 탈원전을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민간과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과 정책 연속성이 있다. 전 정부의 정책은 용도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은 오히려 '2050 넷제로'로 목표가 상향됐다. 대운하 비판을 받았던 지난날 여당은 이제 야당이 돼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지만 '녹색성장'부터 이어져 온 '탄소중립'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20대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재명, 윤석열 등 유력 대선후보 모두 '탄소중립'을 시대 과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등 국제 탄소규제에 대응할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윤 후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는 기존 산업과 연계해 에너지소비 효율을 높여 스마트빌딩, 스마트팩토리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
태풍, 홍수, 폭염, 가뭄 등 기후변화가 몰고 오는 재난재해 피해는 국경·인종·이념을 가리지 않는다. 차기 대권을 누가 거머쥐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고 연속성을 살려야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를 위한 도전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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