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제안한 단일화 논의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윤 후보가 빠른 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양측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장기화 혹은 무산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안 후보는 15일 보수 텃밭인 경북 구미 유세활동 중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현장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직접 답변을 촉구한다”며 단일화 관련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 후보로서 제안했으니 국민의힘도 후보가 가부 여부를 말해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본인의 단일화 제안에 대한 공식 답변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혹은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아닌 윤 후보의 입장만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변인 의견에 상관없이 윤 후보만의 단일화 소신을 밝혀달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양당 내부에서는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간 담판 여부를 떠나 이미 시일이 늦었다는 시각이다. 투표일은 3월 9일이지만, 투표용지 인쇄 시점을 고려하면 남은 시간은 불과 열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대당 갈등이 계속되는 것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계속 표출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은 15일 논평을 내고 “대선후보들 간의 문제”라며 이 둘을 비난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의 100% 국민경선 단일화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현재 국민의힘 분위기상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진행한 방식이긴 하지만, 당시 오세훈, 안 후보간 지지율과 지금 윤 후보와 안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설문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당원 투표 도입 여론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 장벽을 넘긴다 해도 다시 국민의당과 설문조사 시기와 방법을 두고 또 한차례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선거 막판에 내분처럼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보다 후보간 담판이 낫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일화 자체엔 공감을 하지만, 설문조사를 하기에는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와 여권 지지자들의 역선택도 생각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설문조사 시기와 기간, 문자·ARS 등 조사방법 등의 논의도 감안하면 후보간 담판이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