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확보하면서 '4대 거래소' 체제가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8년 이후 시중은행이 새로운 가상자산사업자에 실명계좌를 내준 것은 고팍스가 처음이다.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지난 15일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계약을 맺으면서 고팍스 '원화마켓' 부활이 기정사실화됐다. 4개 가상자산거래소와 같이 제도권 내에서 원화마켓을 합법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장기간 실명계좌 발급을 놓고 논의해 왔지만 지난해 9월 금융당국 신고수리 기한 마감을 앞두고 최종 계약이 무산됐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에관한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라 지난해 9월 25일을 기점으로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한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운영하는 원화마켓,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으로 나뉘어 운영돼 왔다. 원화를 보유한 일반 투자자는 처음 코인마켓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원화마켓을 한 번 거쳐야 한다. 자금을 두 번 이동시키는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원화마켓을 제외한 대부분 가상자산거래소는 거래량이 기존 대비 크게 감소했다.
4대 거래소 구도가 깨진 것은 의미가 크다. 케이뱅크,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은행이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해 준 것은 전북은행이 첫 사례다. 2018년 1월 강경 규제 시작 이후 은행은 신규 실명계좌 발급을 꺼렸기 때문이다. 2020년 케이뱅크와 계약을 따낸 업비트 역시 이전에 기업은행과 계약한 전적이 있어 가능했다.
고팍스는 해킹 사고 없는 보안체제, 투명한 상장정책 등으로 평가 기관 크립토컴페어로부터 국내 최고 등급을 부여받았다. 예치금이나 회원 수 측면에서도 상위 4위권 안에 꾸준히 들었다. 그러나 실명계좌 확보 단계에서 매번 고배를 들이켰다.
고팍스 사례로 추가 실명계좌 발급에 물꼬가 트인 만큼 다른 시중은행도 추가 실명계좌 확보를 긍정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케이뱅크는 지난해 1~6월 수수료 수익만 172억5500만원을 챙겼다. 고객도 전년 219만명에서 717만명으로 약 500만명 늘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업비트)가 지분을 투자한 우리은행이나 여타 지방은행 등에서 추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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