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크]전기차 주행 몰입감 높여주는 'e-ASD' 기술

작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471만7728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남짓 회복된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홈 화면에서 설정→차량 설정→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선택하면 e-ASD를 설정할 수 있다. (출처: HMG 저널)
현대차그룹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홈 화면에서 설정→차량 설정→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선택하면 e-ASD를 설정할 수 있다. (출처: HMG 저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정숙성이 강점이다. 배터리에서 전기를 뽑아 모터를 돌리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를 갖는다. 대다수의 전기차가 변속기가 없어 변속충격이 없을뿐 아니라 내연기관차 대비 진동이나 소음이 매우 적다.

다만 전기차의 주행 감성은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운전자에겐 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은 이 같은 소비자가 거부감없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주행 속도, 모터 토크, 운전자의 가속 의지 등의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사운드를 만든다. 운전자는 e-ASD 사운드로 주행 몰입감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엔진음이 없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들리는 풍절음, 노면소음을 상쇄할 수도 있다. 완성차 제조사는 브랜드에 적절한 사운드로 특유의 감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전기차 개발을 시작하면서 e-ASD 기술도 고안했다. 보행자가 전기차 접근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차량의 상태를 인지하는 데 있어 적절한 소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ASD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적용된 ASD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 ASD는 엔진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에 비해 e-ASD는 전자 음악 분야에서 사용하는 '그래뉼라 합성법'을 활용해 만들어진다. 소리를 매우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음향 합성 기술이다.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출처: HMG 저널)
현대차 엔지니어들이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출처: HMG 저널)

단순히 전자음을 만들어 전기차에 적용하는 건 아니다. 자동차 브랜드와 차량의 이미지와 사운드가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수많은 음원을 제작하고 적합성 평가를 거친 소수만이 차량에 탑재된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전기차 'GV60'에는 브랜드 특성에 맞춰 운전자 중심의 고급스러움을 우선 순위에 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음색을 완성함과 더불어 음량을 전반적으로 고르게 다듬어 탑승객들이 듣기 편하게 조율했고, 가속 페달을 밟을 때의 사운드 반응성 등에서도 타 브랜드와 유의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e-ASD의 중요성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으로도 이어진다.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양산차 대비 고배기량의 N 브랜드 차종을 별도로 출시해왔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도 준비 중에 있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N 브랜드 철학을 고려할 때 개발에 있어 사운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도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배기음에 공을 들였다. 소음이 아닌 예술적 요소로 승화시키기 위해 엔진 사운드 디자인 엔지니어가 튜닝 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기도 했다.

배기음이 사라진 전기차에서는 e-ASD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고성능 전기차에 적합한,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사운드를 찾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맞댈 전망이다. 향후에는 스마트폰처럼 외부 개발자들이 제작한 e-ASD도 운전자가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듯하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