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것을 제외하고 세상의 모든 것은 아날로그 형태를 취한다. 시각, 청각 등 인간의 5감 신호는 물론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형태다. 인류는 그동안 아날로그 바탕 위에서 발전해 왔다. 지난 300년간 진행된 산업혁명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컴퓨터가 발명되면서 디지털화가 시작됐다. 인간이 보고 듣는 시각과 청각 신호는 물론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환돼 가공, 처리, 전달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얻는 이익은 엄청나게 크다. 음악을 보자. 녹음기와 레코드 발명 이전에 음악은 콘서트홀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다. 릴 녹음기가 나오면서 음원 이동이 가능해졌다. 카세트테이프 방식은 이용을 한층 쉽게 했다. CD가 나오면서 음원이 디지털로 바뀌어 잡음이 줄어들고, 수록할 수 있는 음원도 대폭 증가했다. MP플레이어는 음원을 메모리에 저장해 더욱 편리해졌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음원의 무제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진행됐다. 최근에는 '대'자를 추가해 '디지털 대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 초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생명까지 앗아가는 등 인류에게 엄청난 시련을 겪게 했는데 역설적으로 재택근무, 원격교육, 온라인 구매 등을 촉진해 기존 생활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데 기여했다.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디지털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공지능(AI) 특이점에 도달할 때까지 디지털 대전환은 급속도로 진행될 것 같다. AI 특이점이란 컴퓨터 지능이 인간과 같은 수준이 되는 시점을 말한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보다 AI가 변화의 주도권을 쥔다. 그 시점에서 국가나 기업 등 AI 주도권을 쥔 부류와 쥐지 못한 부류로 나뉘고, 이후 그 상태는 지속될 공산이 높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2, 3등도 의미가 있었으나 '0'과 '1'의 디지털 시대는 1등 외에는 의미가 없는 냉혹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특이점 도달 시기에 대해서는 2035~3000년에 편차가 매우 크며, 아예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특이점 이론의 최고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 전후로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장대로 본다면 앞으로 25년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AI가 기술을 발전시키는 초지능 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때는 AI가 더 우수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초지능 시대가 도래하면 인류는 고된 노동에서 해방된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미 오래전에 노동의 종말을 예언했다. 일은 AI 로봇에 맡기고 강요된 노동에서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인간은 결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요즘 일자리 때문에 난리인데 이것 또한 아날로그식 사고방식이 아닐까 한다.
디지털 대전환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뚫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창의적 인간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제일 시급한 것이 바로 교육 혁신이다. 현 교육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아날로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능시험제도 폐기와 같은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산업혁명에 300년이 걸렸으나 디지털 대전환의 분수령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5년 안팎이다. 한가하게 담론만 할 때가 아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디지털 대전환에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 chuhwany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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