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13일 후보 등록 직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지 일주일만이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거론됐던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선거 판이 다시 요동칠지 주목된다. 안 후보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주목받아 왔다.
안 후보는 2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와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더 이상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며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는 일주일 전인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 전 윤 후보와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는 “고심 끝에 '또 철수하려 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일주일 전에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후보 단일화 제안에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라면서 “그런데 제 제안을 받은 윤 후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일련의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다는 점을 충분하고 분명하게 보여줬다. 그래서 저는 상을 마친 어젯밤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에서 공식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이번 대선은 사실상 4자 구도로 확정됐다. 2강 1중 1약이다.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권자 표심을 얼마큼 자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와 이 후보간 지지율 차이(다자구도)는 2~4% 정도 차에 불과하다. 안 후보와 심 후보가 각각 8~9%, 3~4% 정도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보수, 중도 진영 표를, 심 후보는 이 후보와 진보 진영 표를 나누는 구도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3∼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는 42.9%, 이 후보는 38.7%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1주일 전보다 윤 후보는 1.3%포인트(P) 상승했고 이 후보는 0.4%P 하락했다. 격차가 2.5%P에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밖인 4.2%P로 벌어졌다. 안 후보는 0.6%P 오른 8.3%, 심 후보는 0.4%P 상승한 3.2%로 각각 집계됐다. 단일화 결렬 이후에도 이 같은 구도가 지속될지 미지수다.
한편 이 후보와 윤 후보, 심 후보는 주말 동안 지역을 돌며 유권자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에서 휴일 유세를 벌였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을 비판하면서 중도층 표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3월 10일이 되면 불필요한 과잉 방역을 중단하고 부스터샷을 맞은 분들은 밤 12시까지 자유롭게 영업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의 수가 많음을 의식한 듯 “더 나쁜 정권교체가 우리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더 좋은 정치교체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인 19일에는 정부 디지털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디지털 대전환 전략을 발표하며 공공서비스를 네이버와 카카오만큼 쓰기 편하게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 영남권 유세를 마친 윤 후보는 이날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했다. 울산·양산·김해·거제·통영·진주·창원 등 부산·울산·경남(PK) 지역 7개 도시를 돌며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 민주당이 “50년 전 철 지난 좌파 혁명이론을 공유하는 사람들, 소위 '비즈니스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고 직격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비판하면서는 문재인 정부를 '친중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를 방문해서는 “김해로 오는 차 안에서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하며 왔다. 지금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은 당이 맞는가. 지난 5년 동안 민주당 정권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 주역들”이라면서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파는 것을 믿지 말자. 어디다 그런 분들을 내놓고 선거 장사에 이용하나”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주말 동안 서울과 경기권역 등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며 기득권 타파를 외쳤다.
주요 후보들은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첫 토론회에서 세 번째로 격돌한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TV 토론으로 '코로나 시대의 경제 대책'과 '차기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을 포함한 경제 정책 전반이 주제다. 선관위 법정토론은 오는 25일(정치), 3월 2일(사회) 두 차례 더 열린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