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 시장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경기침체와 부품 수급 불안정 등 각종 악재에도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출하량 300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 1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망을 대폭 개선한 외산 노트북 업체 약진도 눈에 띄었다. 올해에도 기업과 공공 부문 전역에서 하이브리드 근무환경이 확산되며 노트북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00만대 돌파에 이어 1년 만에 400만대 돌파까지 전망되면서 노트북 시장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북 전환 가속화…연간 300만 시대 열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367만대로, 2020년(293만7000대) 대비 25%가량 늘었다. 국내 노트북 연간 출하량이 3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PC 출하량 중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사상 최대인 60%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재택근무 등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기업의 노트북 구매가 크게 늘었다. 학교에서도 데스크톱을 노트북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교육 전환사업'까지 활성화되면서 국내 노트북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과 2019년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각각 230만5000대와 234만1000대로 1%대 성장을 보였다. 2020년 출하량은 전년 대비 25.4% 늘어난 293만7000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역시 사상 최대인 367만대까지 늘었다.
공공과 교육 부문은 전년 대비 각각 40.7%, 31.1% 증가했고, 온라인 교육으로 노트북 도입이 크게 늘어난 교육 부문은 108.7% 성장했다. 여기에 '집콕족'이 늘면서 게임 등 취미를 위한 노트북 구매도 증가했다. 가정 부문에서 지난해 노트북 출하는 전년 대비 14.8% 성장했다.
권상준 한국IDC 이사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내 노트북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면서 “경제상황이 좋아졌다기 보다는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로 필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독주'…외산기업 약진
2010년 중반 이후 줄곧 국내 1위를 유지하는 삼성전자는 '노트북 전성기'를 맞아 독주체제를 굳혔다. 지난해 삼성전자 노트북 출하량은 총 135만8700대로, 전년 대비 37.7% 성장했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한 것은 물론 연간 최대 출하량 기록이다. 시장 점유율 역시 2020년 33.5%에서 지난해 3.5%포인트(P) 높은 37%까지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갤럭시북 라인업 신제품이 출시된데다 모바일, 스마트워치 등을 연결한 갤럭시 생태계가 좋은 반응을 이끌면서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시장 2위 LG전자는 지난해 전년과 유사한 82만200대를 출하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삼성전자와 격차는 약 13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0만대 넘게 벌어졌다. LG전자가 수년 전부터 프리미엄 노트북 시장에 집중하면서 출하량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노트북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합산 점유율은 59.2%로 나타났다. 한때 양사 합산 80%에 육박하던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공고하던 양강 체제를 위협하는 건 외산업체다. 합리적 가격과 개선한 서비스 체계를 내세워 공공과 기업용 시장에서 외산의 성장세가 무섭다.
시장 3위 한국레노버는 지난해 전년 대비 29.4% 성장하면서 40만대(39만7400대)에 육박하는 출하량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23만대에서 2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에이수스코리아는 전년 대비 33.6% 늘어난 27만1500대를 공급하며 한국HP를 제치고 외산 노트북 브랜드 2위로 올라섰다. 2019년과 비교해 129% 성장하면서 코로나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애플코리아(26만2400대), 한국델테크놀로지스(9만8700대) 등도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출하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400만 시대 성큼…공급망 관리·보안 이슈 부각
지난해 사상 첫 '300만 시대'를 연 국내 노트북 시장은 올해 '400만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로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되고, 교육기관의 노트북 도입이 이어지면서 전성기는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권 이사는 “그동안 대기업과 주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노트북 수요가 하이브리드 근무, 온라인 교육 확산에 힘입어 중견·중소기업, 지방 교육청 등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올해도 성장세를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사상 첫 300만 돌파에 이은 400만대 출하도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국내 PC시장은 노트북 중심 전환이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국내 PC 출하량 중 데스크톱 비중은 48.6%였지만 지난해 39.6%까지 떨어졌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활성화로 데스크톱을 노트북으로 교체하는 기업·기관이 늘면서 올해 데스크톱 비중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증가하는 수요에 대비해 부품 등 공급망 관리와 정보보안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부터 나타난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PC시장에서도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이어졌다. 데스크톱에 비해 노트북 부품 수급은 상대적으로 원활했지만, 부품은 물론 완제품까지 적시에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
노트북을 활용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보안 문제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기관이 이들 기기 관리체계를 어떻게 운용할지가 관건이다. 노트북뿐 아니라 모바일, 스마트워치 등 기기 간 연결된 사용 경험과 영상회의 등 업무 기능이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노트북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장 빠르게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면서 “올해는 공급망 관리와 함께 재택근무를 노리는 보안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