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는 지난해 미래 경제를 이끌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른 뒤 2022년 산업 트렌드 핵심 어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1월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발표했고, 메타버스 산업 진흥법안도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산업계에서도 메타버스를 기업 혁신 방향으로 설정하거나 메타버스 관련 창업 또는 투자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메타버스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메타버스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2년간 새로 등록된 메타버스 자격증만 22개에 이른다.
일반인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정도로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는 데 경제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디지털 대전환의 기폭제로 기대감도 반영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메타버스는 지난해 갑자기 우리에게 나타난 희망일까.
메타버스는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소설 속 가상세계 명칭에서 유래한 뒤 2003년 '세컨드 라이프'가 출시돼 세계적 주목을 끌며 실제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긴 했지만 결국 성공하진 못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미래 사회 청사진으로 소환됐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것일까. 메타버스 선구자였던 세컨드 라이프가 성공하지 못했던 밑바탕에는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메타버스로 유인해 몰입감, 확장성과 세계관에서 문제가 깔려 있다. 현재 환경은 모든 측면에서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메타버스를 꽃피우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메타버스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가상세계 광풍으로만 그칠 공산이 매우 크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조차 실제 메타버스가 주류로 발전할 때까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측한 것도 메타버스는 미래 가치라는 것을 방증한다. 메타버스가 미래 가치라면 현재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류가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인터넷으로 시작된 사이버 스페이스였다면 지금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또 다른 차원의 사이버 스페이스다. 우리는 지금까지 발전시켜 왔던 사이버 스페이스를 바탕으로 만들어 갈 메타버스라는 미래상을 명확히 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10여 년 전 세컨드 라이프와 영화 '아바타'가 우리 사회를 강타했을 때 미처 인식하지도, 준비하지도 못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메타버스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등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경제·사회적 활동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거나 옮겨 갈 수 있는 이용자 친화적 UX·UI, 메타버스로 유인을 위한 동기 부여나 인센티브, 충분한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메타버스가 구현될 수 있는 융·복합 네트워크를 통한 끊김 없는 연결성과 함께 사회·경제·문화·노동·생활·공공 등 다각적 측면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메타버스를 이용한 서비스나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메타버스가 우리 사회 미래상이라면 갖춰야 할 기초기술 개발이나 사회 인프라 구축, 사회·문화적인 수용성 강화로부터 철학적 고민이나 실용적 메타버스 이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를 우리 생활 일부분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에 몰입감과 현실감을 통해 실제 존재하고 생활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식 변화, 기술과 서비스의 뒷받침, 생활패턴 변화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선진 각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그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도 메타버스라는 허상만 좇지 말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과제를 인식해서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하여 체계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교수(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