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자원봉사도 '디지털 전환'](https://img.etnews.com/photonews/2202/1505019_20220222144333_259_0001.jpg)
코로나19가 출현한 지 꼬박 2년이 지났다.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모임은 가능한 한 피하며 지내 왔다. 결혼식은 최소 인원만 초대해서 식사보다는 답례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가까운 누군가가 상을 당해도 고인에게 예를 차리고 유가족에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자리를 나오는 일이 이젠 일상이 됐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비롯한 회사 업무 처리 방식까지 전에 없던 변화를 가져왔다.
자원봉사 역시 기존 방식 고수에 어려움이 따랐다. 자원봉사는 자발성, 무보수성, 공익성, 지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대가 없이 누군가를 보살피는 일은 전통적으로 대면 중심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손길을 건네는 일조차 쉽지 않게 됐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에는 자원봉사 참여 실인원(1년 동안 1회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한 인원)이 419만여명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223만여명으로 80% 급감했다. 지난해는 186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사람과 사람 만남이 위기가 되는 시대다. 도움이 필요한 복지관, 양로원, 보육원은 문을 걸어 잠갔다. 봉사자 역시 감염 우려 때문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일상뿐만 아니라 그저 선의에서 행하는 활동과 우리 사이의 거리를 더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동시에 기회가 된다. 팬데믹 시대의 봉사활동은 메가트렌드와 디지털 기술 확대라는 기회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기회의 중심에는 사회 구조를 혁신하는 '디지털 전환'이 자리 잡는다. 지난해 전 세계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한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응용한 기술이 다양한 정보와 의사결정을 도울 여러 기반을 제공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자원봉사와 디지털 기술 결합은 '스마트폰 앱' 덕에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환경보호 자원봉사 '플로깅'은 각자 준비한 쓰레기봉투에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주운 쓰레기 위치를 스마트폰 앱에 입력한다.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 앱은 봉사자와 시각장애인을 연결한다.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시각장애인이 음식 유통기한을 확인하거나 약 봉투에 쓰여진 글자를 보고 싶을 때 앱을 통해 요청받은 자원봉사자가 도움을 준다.
언어·문화 NGO bbb코리아는 2002년부터 언어 불편을 겪는 내외국인을 위해 비대면으로 통역자원봉사를 제공했다. 대면 소통 과정에 휴대전화라는 매개물과 IT 기반 연결 시스템을 투입한 것이다. 누구나 스마트폰 'bbb 통역' 앱을 통해 통역 서비스를 요청하면 해당 시간에 활동하고 있는 봉사자와 연결된다. 통역 가능 언어만 20가지다. 서비스는 365일 제공된다. 봉사자는 자원봉사가 가능한 시점에 스마트폰 'bbb 봉사자 전용앱'을 통해 그 즉시 통역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로 언제든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bbb코리아는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활동 유형과 내용을 정형화하고, 자원봉사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제안하고, 기존의 bbb 서비스를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로 전환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원봉사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원봉사의 디지털 전환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더욱 효과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자원봉사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최미혜 bbb코리아 사무총장 bbb@bbb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