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고민 없는 '소부장 공약'

대선판이 뜨겁게 달궈졌지만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업계에선 별 관심이 없다. 유력 대선 후보가 내놓은 관련 정책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소부장'에 큰 고민이나 관심은 느껴지지 않는다. 2019년 한-일 무역 분쟁 이후 정부의 소부장 육성이 중요한 화두가 됐기 때문에 차기 후보도 '구색 맞추기용'으로 공약에 끼워 놓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유력 후보의 주요 발언을 직접 살펴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소부장 공약'은 지원 예산을 늘리고 공급망 관리에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차별성을 찾기가 어려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시스템 반도체 등을 초격차 산업으로 육성해서 5개 글로벌 대기업을 만들겠다는 '5·5·5 전략'을 제시했다.

차기 대통령이 챙길 국정 범위와 분야는 방대하다. 소부장 산업에 국한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 구체적인 소부장 관련 공약이나 비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대선 후보가 소부장 산업 지원을 경제 정책에서 최우선의 하나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소부장 산업이 '절체절명' 상황에 놓인 게 이유다. 한국 소부장 산업 수출은 전체 산업의 50%에 이른다. 결코 수많은 산업 가운데 하나로 치부하기 어려운 핵심 산업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고충이 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일부 중견 기업은 휘청이고 중소기업은 장기화한 코로나19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코로나발 공급난, 인력난까지 가세했다. '제조업 위기설'이 심상치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전기료 인상에 중소기업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까지 사업 발목을 잡는다. 언론에서 주목받는 국산화에 성공한 일부 소부장 기업이나 대형 글로벌 거래처를 뚫은 곳이 아니면 힘겹게 버티는 기업이 적지 않다.

박소라 전자신문 기자
박소라 전자신문 기자

대선 후보는 '소부장 3.0' 비전을 일찌감치 내놓아야 한다. 현 정부는 한-일 무역 분쟁 이후 소부장과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소부장 2.0' 전략을 내놨다.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고 100개 소부장을 핵심 품목으로 지정해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계획상 소부장 2.0 전략은 2024년까지다. 2024년이면 다음 정권 중반부다. 정권이 바뀌면 일부 사업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대선주자가 미리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소부장 강국 전략이 유지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 소부장 산업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차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소부장 강국'의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선 후보의 '소부장 3.0' 비전을 보고 싶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